시어머니 손맛처럼 며느리도 할 수 있어요
며칠 뒤면 추석이다. 명절을 맞이할 때마다 주부들의 가장 큰 고민이자 숙제는 음식 장만과 처치. 간단해지고 줄었다지만, 그래도 명절 음식 준비는 주부들에게 대단한 스트레스다. 특히 결혼하기 전까지 라면 끓이는 것 말고 제대로 된 요리는 거의 해본 적 없는 요즘 새댁들에게 시댁에서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큰 부담이다. 아무리 애써봐도 시어머니 아니면 친정어머니가 만든 음식 같은 맛이 도무지 나질 않는다. 수십 년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엄마 손맛'의 내공은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는 걸까?
요리연구가 이보은씨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어머니 못잖게 맛있는 명절 음식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식재료와 요리방법을 활용하면 몸에 이로운 건강한 명절 음식을 차려낼 수 있다는 것. 이씨에게 전통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더 맛있고 건강하게 명절 음식 만드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봤다.
송편, 전 따위 추석 명절 음식 준비로 분주한 주방에서 요리연구가 이보은씨가 도라지를 볶고 있다. 이보은씨는 “일반 식용유와 들기름을 1대1로 섞어서 프라이팬에 붓고 도라지를 넣어 끓이듯 볶으면 향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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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송편은 한동안 사다 먹는 추세였지만 요즘은 직접 빚는 집이 늘고 있다. 시중에서 파는 송편이 불량한 쌀을 쓰거나 심지어 수입쌀을 쓰고도 국산 쌀을 썼다고 속여 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송편을 만들 때 가장 큰 고민은 찌는 동안 잘 터진다는 점이다. 남은 송편을 얼릴 경우에도 갈라지는 경우가 잦다. 이보은씨는 “자일로스 설탕처럼 입자가 고운 설탕을 넣으면 잘 터지지 않고 단물이 흘러나오지 않으면서 송편소에 수분이 너무 많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자일로스 설탕은 일반 설탕보다 입자가 고와 빨리 녹고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자일로스 설탕은 코코넛 등에서 추출한 자일로스 성분을 설탕과 섞어 만든다. 이씨는 “자일로스는 설탕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줄여주기도 한다”고 했다.
CJ제일제당 제공 |
▨삼색송편
멥쌀가루 8컵, 소금·뜨거운 물·참기름 조금씩, 치자 우린 물 1큰술, 오미자 우린 물 2큰술
깨소: 참깨 ¼컵, 자일로스 설탕 2큰술, 계피가루·소금 ??작은술씩
밤소: 밤 10개, 자일로스 설탕 2큰술
1. 멥쌀가루에 소금을 약간 넣어 체에 내린 뒤 3등분 한다.
3. 참깨에 자일로스 설탕과 계피가루, 소금을 넣고 섞은 다음 절구에 빻아 깨소를 만든다.
4. 밤은 속껍질까지 벗겨 찐 뒤 뜨거울 때 으깬다. 자일로스 설탕을 넣고 섞은 다음 체에 내린다.
5. 떡 반죽을 직경 3~4㎝로 떼어 가운데 홈을 만들고 깨소 또는 밤소를 넣고 아물려 송편을 빚는다.
7. 참기름을 손에 묻혀 송편에 하나씩 기름옷을 입힌 다음 채반에 담아 식힌다.
명절 음식 인기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 갈비찜이 1등 아닐까? 그런데 내가 만들면 왠지 어머님이 만든 것처럼 깊은 감칠맛이 나질 않는다. 이보은씨는 “밑간이 중요하다”고 했다. “요즘은 대개 시판 갈비찜 양념을 사다 쓰잖아요. 깊은 맛이 없어요. 양파, 무, 배 등을 갈아서 넣어주면 훨씬 맛있어요. 이른바 ‘엄마 손맛’이 확 나지요.” 갈비찜에서 빠지지 않는 밤은 올리고당에 재워서 넣는다. 이씨는 “설탕보다 프락토올리고당을 사용하면 산뜻한 단맛에 더 윤기가 난다”고 했다. “프락토올리고당은 식이섬유가 33% 함유돼 있고 장내 비피더스균을 증가시켜 장 건강에도 좋아요.” 핏물을 뺄 때는 찬물을 갈아줘야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쇠고기는 배즙과 청주로 밑간해 숙성시켜야 나중에 완성된 찜이 연하다.
CJ제일제당 제공 |
▨사태갈비찜
쇠갈비 600g, 쇠고기 사태 400g, 대파잎 2장, 통후추 5알, 대추 15개, 황·백 지단(가로·세로 10㎝ 크기) 2장, 은행 15개, 잣 3큰술, 소금 조금
갈비 양념: 간장 6큰술, 프락토올리고당 2 ½큰술, 다진 마늘·참기름·깨소금 1큰술씩, 다진 파 2큰술, 후춧가루 ¼작은술
1. 쇠갈비와 사태는 힘줄과 기름을 떼어내고 칼집을 여러 번 넣어 찬물에 40분 정도 담가 핏물을 뺀다.
2. 핏물 뺀 갈비와 사태를 대파잎과 통후추, 소금을 넣고 끓인 뜨거운 물에 넣고 한소끔 익힌 다음 체에 건져 물기를 뺀다.
4. 밑간한 고기에 분량의 재료로 만든 양념장을 넣고 다시 30분 정도 재운다.
5. 대추는 물에 씻고 은행은 달군 프라이팬에 굴려 속껍질을 벗긴다. 황·백 지단은 가로·세로 1㎝ 크기의 마름모꼴로 자른다.
6. 냄비에 양념에 재운 갈비와 사태를 넣고 뚜껑을 덮어 중간 불에서 익힌다. 고기가 다 익으면 대추와 은행, 잣을 넣고 한소끔 더 찐다.
◇노릇노릇~ 명절 대표 음식 '전'
명절음식의 대표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전이다. 추석상에서 빠질 수 없지만, 가장 준비하기 힘든 명절음식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전을 부치다 보면 기름 냄새에 머리가 아프고 팔이 빠질 지경이다.
이보은씨는 “전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본 재료인 달걀옷과 부침가루, 식용유 사용하는 법만 달리해도 더 쉽고 맛있게 전을 부칠 수 있다”고 했다. “달걀은 한쪽 방향으로만 풀면 쉽게 풀리지 않아요. 알파벳 W자를 그리며 저으면 훨씬 빨리 풀려요. 달걀물과 청주를 3대1 비율로 넣으세요. 전을 부치는 동안 알코올 성분이 날아가면서 전이 한층 바삭해져요.”
노릇노릇 잘 부친 대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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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부칠 때는 콩기름이나 올리브오일보다는 카놀라유처럼 발연점이 높은 식용유가 좋다. CJ제일제당 백설연구센터 이슬 연구원은 “카놀라유는 발연점이 섭씨 240도로 높은 데다 트랜스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없고 건강에 도움을 주는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 함량이 60%나 된다”고 했다. 식용유를 분무기에 담아 뿌리면 기름 사용량을 훨씬 줄일 수 있다.
밀가루 대신 부침가루를 사용하면 더 편리하고 맛있다. 이보은씨는 “부침가루로 전을 부치면 더 바삭할 뿐 아니라, 양파·마늘 등 양념이 돼 있어 따로 간을 할 필요도 없고 치자물 노란색을 따로 들이지 않아도 색이 선명하게 곱다”고 했다.
동그랑땡은 일일이 하나씩 빚기보다는 재료를 한꺼번에 김밥처럼 말아 얼린 뒤 자르면 쉽게 만들 수 있다. 밀가루나 부침가루를 입힐 때는 쟁반에 전 재료를 가지런히 놓고, 고운 체에 부침가루를 담아 전 재료 위에 솔솔 뿌리면 쉽고 고르게 전 재료에 부침가루를 입힐 수 있다.
남은 전은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비닐봉지에 담으면 냉장고 냄새가 밴다. 밀폐용기에 담으면 한 달 정도 보관 가능하다. 생선전과 채소전은 가능한 한 냉동시키지 않는다. 눅눅해져서 데워도 맛이 떨어진다. 한 번 냉동시켰던 전은 다시 부쳐 먹기보다는 찌개나 조림으로 먹는 편이 더 맛있다. 생선전을 김치찌개나 전골에 넣으면 깊은 맛을 내준다. 동그랑땡이나 고기전은 짭조름한 양념장에 조려 밑반찬으로 활용하면 좋다.
삼색나물, 자일로스 설탕으로 맛을 낸 송편. (왼쪽부터) / CJ제일제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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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최상 '나물'
추석 차례상 한 번만 차려봐도 안다. 대단찮아 보일지 몰라도 ‘최고 난이도 명절음식’이 나물이다. 이보은씨는 “나물 밑간을 할 때도 순서가 있다”고 했다. “소금, 파, 마늘 따위 양념으로 먼저 간을 하고 난 다음에 참기름으로 무치고 깨소금을 뿌리세요. 참기름을 먼저 넣으면 기름막이 형성돼 양념이 잘 배지 않아요.”
시금치는 지역을 막론하고 명절상에서 빠지지 않는 나물이다. “삶을 때 카놀라유 등 식용유를 약간만 넣으세요. 시금치 표면이 ‘코팅’돼 초록빛이 빠지지 않아요.”
도라지는 소금으로 바락바락 주물러 찬물에 20분쯤 담가뒀다가 조리해야 아린 맛이 없다. 쌀뜨물에 삶으면 좋다. 이보은씨는 “대개 고사리를 한꺼번에 삶아서 뜨거운 물에 불려놓는데, 그렇게 하면 비린내가 날 수 있어 좋지 않다”며 “파·마늘·국간장에 양념해 재워두라”고 했다.
참기름은 맑고 밝은 황금색 또는 황갈색이 좋다. 참깨를 너무 볶으면 탄 맛과 쓴맛이 나고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생성될 수 있다.
◇개운~한 '식혜'
식혜는 명절에 빠지지 않는 전통 음료. 하지만 설탕을 많이 써 당분이 걱정된다면? 이보은씨는 “타가토스를 사용해보라”고 했다. 타가토스는 우유, 치즈, 사과 등에 미량 들어있는 단맛 성분으로 당 흡수를 억제해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맛이 설탕과 비슷하지만 칼로리는 1g당 1.5㎉로 설탕의 62% 수준이기도 하다.
▨대구전
대구포 200g, 부침가루 1컵, 달걀 3개, 소금 1큰술, 카놀라유, 흰 후춧가루 적당량
1. 대구포를 소금과 흰 후춧가루로 간한다.
2. 달걀을 풀고 소금으로 간한다.
3. 대구살에 부침가루를 입히고 여분을 털어낸 다음 달걀물에 담가 부침옷을 입힌다.
4.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카놀라유를 두르고 3의 대구살을 앞뒤로 노릇하게 부친다.
맛 포인트 “대구포는 소금과 흰 후춧가루로 밑간을 해야 생선살에 탄력이 생겨 전을 부칠 때 부서지지 않아요.”
▨육전(고기전)
쇠고기(부채살) 600g, 부침가루 ½컵, 달걀 3개, 카놀라유 적당량
양념장: 간장·양파·사과즙 1큰술씩, 자일로스 설탕·참기름 1작은 술씩, 소금·후춧가루 조금씩
1. 쇠고기를 두께 0.5㎝, 가로·세로 7㎝ 크기로 저민다. 고기 망치로 두드려 연하게 만든다.
2. 양념장 재료를 고루 섞는다. 1의 쇠고기에 고루 발라 30분쯤 재운다.
3. 재워둔 쇠고기에 부침가루를 입히고 달걀물을 입힌다. 프라이팬에 카놀라유를 두르고 노릇하게 부친다.
맛 포인트 “육전은 처음엔 센 불에서 겉을 빨리 익힌 다음 약한 불로 은근하게 속까지 익혀야 핏물이 올라오지 않아요.”
▨삼색나물
도라지나물: 도라지 250g, 다진 파·마늘 1큰술씩, 참기름 ½큰술, 다시마 우린 물 ⅓컵, 카놀라유·참깨 조금씩
고사리나물: 마른 고사리 50g, 국간장 1큰술, 다진 파·마늘 1작은술씩, 다시마 우린 물 ⅓컵, 소금·참깨 조금씩
시금치나물: 시금치 200g, 다진 파·마늘 1작은 술씩, 참기름 1큰술, 참깨·소금 조금씩
1. 도라지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굵기로 찢는다. 찢은 도라지에 굵은 소금을 넣고 바락바락 주물러 아린 맛을 제거한 다음 깨끗이 씻어 물기를 꼭 짠다. 프라이팬에 카놀라유를 두르고 도라지를 볶다가 다진 파·마늘을 넣는다. 다시마 우린 물을 붓고 국물이 거의 졸아들 때까지 중불에서 자글자글 끓인다. 도라지가 익으면 불을 끄고 한 김 식힌 뒤 참기름과 참깨로 버무린다.
2. 마른 고사리를 물에 충분히 불린 뒤 쌀뜨물에 부드럽게 삶는다. 물에 여러 번 헹궈낸 뒤 6㎝ 길이로 썬다. 국간장과 다진 파·마늘에 무친다. 프라이팬에 카놀라유와 참기름을 두르고 양념한 고사리를 볶는다. 다시마 우린 물을 붓고 끓인다. 국물이 자작해지면 참기름과 참깨를 넣어 무친다.
3. 시금치를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꼭 짠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다진 파·마늘, 참기름, 참깨, 소금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참깨와 참기름을 넣고 다시 무쳐 마무리한다.
단호박 식혜 |
▨단호박식혜
멥쌀 2컵, 단호박 1개, 엿기름 가루 2컵, 물 15컵, 타가토스 50g, 잣 조금
1. 엿기름 가루에 미지근한 물을 부어 1시간쯤 불린다. 불린 엿기름 가루를 바락바락 주물러 고운 체에 밭쳐 엿기름을 받는다. 체에 남은 찌꺼기는 쌀 씻듯 으깬 뒤 다시 물을 부어 엿기름 받기를 2~3번 반복한다.
2. 엿기름을 1시간 이상 그대로 두어 찌꺼기를 가라앉힌다. 맑은 윗물만 남기고 밑에 남은 찌꺼기는 버린다. 받은 윗물을 미지근하게 데워 보온밥통에 6시간 이상 보온으로 삭힌다.
3. 단호박을 반으로 갈라 씨를 빼고 푹 찐다. 과육만 긁어내 으깬 뒤 체에 두 번 정도 내린다.
4. 멥쌀은 3시간 이상 불려 찜통에 1시간쯤 찐다. 도중에 물 1컵을 뿌리고 위아래를 섞어준다.
5. 밥을 엿기름물이 들어있는 보온밥통에 넣고 타가토스 30g을 넣는다. 뚜껑을 덮어 밥알이 떠오를 때까지 5시간 이상 삭힌다.
6. 삭은 밥알을 체로 건져 찬물에 헹군다. 그래야 나중에 쌀알이 잘 떠오른다.
7. 삭힌 물을 냄비에 담고 준비한 단호박과 남은 타가토스를 넣고 팔팔 끓인다.
8. 충분히 식힌 뒤 밥알과 잣을 띄워 낸다.
[글=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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