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핵심그룹이 또 있다. 바로 압둘 아지즈의 부인들 중에 핫사 빈트 알 수다이리라는 여인이 낳은 아들 7명이다. 수다이리는 압둘 아지즈 국왕의 8번째이자 가장 사랑한 부인으로 알려져 있다. ‘수다이리 7형제’ 중에서 국왕이 2명이나 배출됐다. 파드(첫째·재위 1985~2005)와 살만(여섯째·2015~) 국왕이다. 왕위는 원래 형제승계가 원칙이었다. 그런데 1992년 ‘압둘 아지즈의 직계 아들과 자손’으로 규정을 바꿈으로써 왕위승계의 범위를 넓혔다. 엊그제 살만 국왕은 기존의 왕위 계승자였던 조카(58)를 밀어내고 자신의 아들(31·무함마드)을 왕세자로 교체했다. 물론 수다이리 가계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대목에서 1100년 전에 고려 태조 왕건이 내린 훈요 10조 중 제3조가 떠오른다. ‘맏아들 승계가 원칙이지만 맏아들이 어리석으면 인망 있는 아들로 바꾸라’는 당부였다. 제 아무리 절대 왕정의 시대였다 해도 왕위계승의 으뜸 덕목은 아들·형제가 아니라 ‘인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우디의 왕위계승조건에도 역시 ‘가장 고결한 인물’이라는 단서는 붙어 있다. 그러나 ‘사우디 왕자’의 느낌은 좋은 편이 아니다. 아직까지도 석유를 뒤집어쓴 졸부의 냄새가 강하다. 여기에 인권탄압과 왕족끼리 다 해먹는다는 지독한 부패까지 겹쳐 있다. 사촌형을 밀어내고 후계자가 된 무함마드 왕세자의 사우디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는 예멘을 공격하고, 카타르를 봉쇄하면서 대이란 강경책을 이끈 31살 왕세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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