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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우버 주주들, 군사작전 치르듯 캘러닉 축출···차기 CEO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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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우버 설립자 겸 CEO 캘러닉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세계 최대의 차량공유업체인 우버 주주들이 군사작전을 수행하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물밑에서 세를 규합해 트래비스 캘러닉 최고경영자(CEO)를 몰아낸 비화가 공개됐다.

21일(현지시간) 미국이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CEO의 전격적 사퇴의 이면에는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주도면밀한 '축출작전'을 주도한 일부 주주들의 반란이 있었다. 캘러닉의 퇴진은 이 회사 근로자 1만2000여명은 물론 실리콘밸리를 놀라게 한 일대 사건이지만, 그 배경에는 반란군들이 있었다는 뜻이다.

WSJ에 따르면 캘러닉은 20일 시카고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후보자들을 상대로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휴직계를 내고 회사를 떠나기에 앞서 경영 공백을 매우기 위한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 그는 이 때만 해도 자신이 불과 수시간 뒤 이사회 의장인 빌 걸리 등이 주도한 반란에 밀려 불명예 퇴진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 2명이 캘러닉을 방문한 것이 바로 이때였다. 벤처캐피털업체인 벤치마크의 파트너인 맷 콜러와 피터 펜턴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그에게 다자꼬자 한 통의 편지를 건넸다. 두 사람은 캘러닉에 주요 주주 5명이 서명한 서한을 내밀었다. 이 서한은 일련의 추문이 불거지며 휘청이는 우버의 CEO인 캘러닉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고 WSJ은 전했다.

수 시간 동안 주주들의 요구를 숙고한 캘러닉은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그는 이사회에 물러날 의사를 통보했다. 지난 7년간 이 차량공유업체의 CEO로 일하며 우버 제국을 일군 마초 경영자 몰락의 순간이다. 그는 이어 이 회사 직원 1만2000여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퇴 사실을 알렸다.

캘러닉은 우버 본사에서 2000마일이나 떨어진 시카고에서 보낸 이 서한에서 “이러한 편지를 쓰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또 “우버를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더 사랑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이 순간에 일단의 투자자들의 물러나라는 요구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우버 이사회는 불과 석 달 전 캘러닉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캘러닉이 우버 운전사와 말다툼을 한 사실이 주요 언론에 보도되고, 성 추문 은폐의혹까지 제기된 이후였다. 허핑턴 포스트의 창업자이자 우버의 이사인 아리아나 허핑턴은 기자들을 상대로 캘러닉이 이사회의 신임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좌충우돌하며 문제를 일으켜왔지만 우버를 이끌 경영자로 캘러닉만한 인물을 찾기 힘든 현실도 이러한 지지의 배경이 됐다. 캘러닉도 자신이 더 성숙해져야 한다며 책임의 일단을 인정했다.

양측의 갈등은 이에 따라 수면 아래로 다시 가라앉는 듯 했다. 캘러닉은 올들어 성폭력 은폐 의혹, 막말 논란으로 손가락질을 받기는 했지만, 한때 창업자의 롤모델로 칭송받아온 인물이다. ‘어떤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승리한다’는 캘러닉의 공격적인 경영스타일도 평가가 엇갈려왔다. 약육강식의 무대인 실리콘밸리에서는 공격적 경영스타일을 보유한 경영자들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캘러닉 퇴진을 주도한 벤치마크의 파트너들은 이미 수주 전에 반란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우버 이사회 의장인 빌 걸리를 포함한 파트너들은 성추문 은폐의혹 등 일련의 추문 등으로 이 회사의 명성이 심각하게 더렵혀지고 있다고 보고 그의 퇴출을 위해 주도면밀하게 움직였다. 공석인 최고경영책임자(COO) 채용도 실권자인 캘러닉이 버티고 있는 한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그가 COO와 권한을 나누려고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몰아내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이들은 자신들의 힘만으로 캘러닉 퇴진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일단의 영향력있는 투자자들의 동참을 이끌었다. 캘러닉의 퇴진을 촉구하는 이 서한에 서명한 투자자들은 ▲퍼스트라운드 캐피털 ▲로워케이스 캐피털 ▲멘로 벤처 ▲피델리티 투자 등이다. 빌 걸리 벤치마크 파트너는 이들 외에도 이사회 멤버들을 서명에 끌어들이기 위해 유도했지만 추가적인 동참을 설득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캘러닉 퇴진을 주도한 벤처캐피털 벤치마크의 걸리 의장도 이날 이사회를 떠났다. 우버 이사회 의장으로 우버 사퇴에 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될성부른 기업을 일찍 포착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기술 투자의 달인(legend)으로 평가받아왔다고 영국의 FT는 전했다. 걸리 의장의 사퇴는 우버 투자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캘러닉이 사퇴하면서 우버의 최고경영자(CEO)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도 물밑에서 치열해지고 있다. 월트디즈니의 2인자이던 톰 스택스도 이러한 후보군의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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