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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한겨레 사설] ‘블라인드 채용’, 학벌사회 해소의 첫걸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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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도입 지시는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해주는 구체적 조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교육과 입시경쟁 과열의 정점에는 ‘채용에서의 차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세심한 제도 설계 및 안착 노력, 민간 부문으로의 확산이 뒤따라 ‘학벌사회’로 상징되는 차별사회 해소를 위한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하반기부터 공무원과 공공부문 지원자의 이력서엔 학력, 출신지나 신체조건 같은 차별적 요인을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하자”며, 민간부문 확산 방안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이 해당 지역 인재를 30% 이상 채용하는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도 적극 반영하도록 지시했다. 학력과 지역이라는 대표적인 우리 사회의 차별요소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극심한 청년 취업난 속에 취업준비생들은 채용 과정에서의 차별이라는 또다른 고통까지 호소해왔다. 실제 한 취업포털의 조사에서 구직자의 73.2%가 학력 등 불공정한 조건이 채용 평가에 반영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진과 스펙 등 일부 기준만으로 탈락했다는 의견이 그중 절반이었다. 사실 이력서에 수십만원 들여 찍은 사진을 붙이고 직무 역량이나 인성과는 무관한 각종 스펙과 학력을 기재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다. 미국은 이미 1967년부터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법을 도입해 사진 부착을 금지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2007년부터 나이, 성별, 학력과 사진을 넣지 않은 ‘표준이력서’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지만, 지난해 공공기관 73곳 중 표준이력서를 사용하는 기관은 단 1곳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또 하나의 관건은 민간부문 확산이다.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마련하고 관련 법제 개정이 조기에 이뤄지도록 국회와 소통하겠다고 밝혔는데, 자칫 처벌과 규제 위주가 될 경우 정부가 민간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반발을 부를 수 있다. 학력·전공 정도는 ‘최소한의 정보’이며 이마저 없을 경우 기업의 채용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목소리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달 중 발표할 공공부문의 블라인드 채용 방안을 세심히 설계해서 실력 위주의 평가제도를 안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발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는 민간기업들을 격려하고 성과를 공유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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