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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대 못 이으니 이혼시켜야" 드라마속 여성은 '출산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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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기념촬영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국내 TV 드라마에서 여성을 출산기계나 집안살림을 도맡아야 하는 존재로 부각시키는 등 성차별 사례가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은 '2017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일환으로 TV 드라마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양평원은 5월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방영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1사, 케이블 1사의 드라마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상위의 총 22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드라마속 성차별적 내용은 19건으로 성평등적 내용(9건)의 2배 이상에 달했다.

예를 들어 지상파의 A 프로그램에서 예비 시어머니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예비 며느리에게 가사노동을 강요하며 가정을 위해 희생하라고 말하는 모습이 방송되며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했다.

케이블의 B 드라마에서는 과일을 깎으려는 남성에게 "남자가 과일을 깎으면 당도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모르냐?"라는 남성 출연자의 대사가 나왔다. 이는 시청자에게 은연중 '과일은 여성이 깎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고 양평원은 지적했다.

지상파의 C 드라마에서는 며느리가 아이를 못 낳는다는 이유로 시어머니가 사돈을 만나서 이혼을 종용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는 여성을 출산의 수단으로 인식케 하는 전형적인 성차별 사례에 해당된다.

D 일일연속극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가진 술자리에서 진실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성은 "나는 과거에 남자와 동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과거에 애를 낳은 적이 있다"라고 여성에게 거리낌없이 질문해 성희롱·성폭력을 조장했다.

E 드라마에서는 살인사건 현장을 감식하는 장면에서 피해여성이 짧은 반바지를 입고 누워있고 카메라가 여성의 다리 부분을 필요이상으로 부각시켰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드라마속 전체 등장인물 성비 분석 결과 남성이 조금 높고 주연 역할은 여성이 남성보다 조금 높았다.

전체 등장인물 가운데 여성비율은 46.8%(222명), 남성은 53.2%(252명)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주연 역할 성비는 여성이 55.6%(30명), 남성은 44.4%(24명)로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완벽한 아내', '추리의 여왕', '언니는 살아있다', '사임당 빛의 일기' 등 제목에서 보여지듯 최근 여성을 중심의 드라마가 많아진 것은 주목할 만했다.

민무숙 양평원장은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감정이입과 극적인 전개를 위해 극단적인 표현이 사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성역할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하는 드라마 연출은 지양하고 대안적 성역할을 제시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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