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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기고] 농산물 가격 통계, 정확한 기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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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계 52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발효 중인 우리나라는 전 세계 경제 영토의 73%를 확보해 세계 3위 규모이다. 이 과정에서 국익을 이유로 수출 경쟁력이 높은 자동차, TV, 반도체 같은 산업을 위해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희생을 감수했다. 2016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으로 과일, 꽃 시장 할 것 없이 소비가 크게 줄어 농업은 또 한번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극심한 가뭄과 우박 피해, 그리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양파, 달걀 등의 가격이 오르자 농산물이 소비자 물가 상승의 주범 취급을 받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하락할 때는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일부 품목이 오르면 '금배추' '금상추' 등과 같이 연일 보도돼 소비자들이 오해할 소지가 많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 그 정도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기준을 계량화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는 흔히 "전년 대비 몇 % 급등했다"고 하는데 반드시 평년 동월 가격 수준을 포함해서 비교해야 한다. 기상이변으로 흔히 겪는 일이지만 여름철에 대관령 고랭지 배추가 전년에 최고의 기상 조건으로 생산량이 크게 늘어 가격이 폭락했는데 금년에 적정 생산량으로 가격이 회복됐다면 전년 가격이 기준 가격이 될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했으면 한다.

소비자물가 통계 발표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지난 5월 포도는 10.9% 올랐고, 4월에는 참외가 60.5% 상승했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국산 포도는 출하 시기가 아니었고 참외는 전년 동월이 아닌 8월 가격과 비교한 수치였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사실과 합리적 분석·기준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농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 6.6%다. 쌀 0.52%, 배추 0.12%, 무 0.06%, 계란 0.24% 정도다. 휴대폰 4.65%, 월세 4.36%, 커피 2.3%에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가계 소비지출이 월 300만원인 가정에서 휴대폰 요금으로 13만원, 커피값으로 6만9000원이 지출될 때 배추로는 3600원, 쌀로는 1만5000원이 지출되는 셈이다. 한 잔에 4000원 이상 하는 커피를 매일 한두 잔씩 한 달이면 20만원 가까이 나올 때가 많다. 그러나 김치 3포기 담그는 데 총 2만원 정도 들이면 한 가족이 한 달은 족히 먹는다. 일부 품목 가격이 수급 불균형 때문에 상승할 순 있지만 농산물값 때문에 소비자들의 생활이 곤란할 정도는 아닌 셈이다.

농산물은 과부족하다고 공산품처럼 당장 만들어 내거나 생산을 중단할 수 없다. 농산물은 계절성·지역성이 있고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에 가격 등락폭이 크다. 따라서 농산물 가격을 비교할 땐 전년 가격보다 평년 가격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더 나아가 소비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농산물의 계절성 등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여 정보기술(IT) 강국에 맞는 소비자물가지수 산출 방식으로 개선해 주기를 농업인들은 바라고 있다.

농가소득은 아직도 3722만원으로 도시 근로자의 64%에 불과하고 농업소득은 20년째 1100만원 수준이다. 해마다 생산비용은 늘어나는데 농산물 가격은 오르지 않는 데서 오는 결과다. 농협은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업생산비 절감과 농가의 농산물 수취 가격 제고를 위해 중앙회 차원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도시와 농촌을 하나로 잇는 도농협동운동도 펼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늘려 농가소득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새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농업인들의 기대가 크다. 이와 함께 도시민들의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과거처럼 국익을 이유로 또 비중이 낮다는 셈법으로 농업에 희생을 강요한다면 농업·농촌의 수많은 공익적 가치가 사라질 것이다. 농업은 식량안보 외에도 생태계 유지, 농촌 지역사회 유지, 홍수 방지, 자연경관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 다원적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농업은 국가를 지탱하고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버팀목이다. 농업인은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해 정당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하고 국민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좋은 문화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김원석 농협중앙회 농업경제지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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