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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입법 폭거·나쁜 정치”...대통령실 “尹, 채상병특검법 못받아들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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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호 수석 ‘尹거부권’ 재차 강조
“尹 받으면 나쁜 선례 남기는 것”


매일경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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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순직 289일 만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차 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혔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질문에 “기본적인 입장은 사법절차에 상당히 어긋나는, 어떻게 보면 입법 폭거”라며 “대통령은 아마 이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태원 특별법은 이미 경찰, 검찰 수사가 다 끝나고 국정조사까지 해서 기소가 됐고, 그래도 조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여야가 합의했지만 채상병 건은 좀 다르다”면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이다. 대통령실에선 이 절차가 끝나는 걸 기다려봐야 합법적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대통령께서 이걸 받아들이시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거고, 나아가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10번째인데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여소야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쟁점화를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법안을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건수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홍 수석은 “(이 사건을 공수처와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 건) 문재인 정부 때 군 사고를 군인이 직접 수사하다보니까 믿지를 못하겠다고 해서 군사법원법을 개정한 것”이라며 “경찰로 (수사권을) 넘겨서 경찰이 하도록 한 게 법 취지인데 이번에 그걸 또 정면으로 거부한 게 (채 상병 사건의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이었다. 수사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이것도 안 맞는다”고 밝혔다.

앞서 정진석 비서실장도 전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을 의사 일정까지 바꿔 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면서 “채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고도 비판했다.

정 비서실장은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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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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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를 가리는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 ‘윗선’이 개입한 의혹을 규명하자는 게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반대해왔다. 또한 야권에서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고 특검이 수사상황을 브리핑하는 내용이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외압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과거 법안 내용과 다르지 않아 독소조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특검 필요성을 부각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오는 28일 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재의 표결할 방침이다. 의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다. 현재 재적의원 296명이 전원 참석할 경우 198명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의결 저지를 위해 98명 이상이 필요하다. 현재의 의석수로도 충분하다. 국민의힘은 113석, 자유통일당 1석, 무소속 1석이 범여권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번 달 출범하는 제 22대 국회 양상은 다를 수 있다. 22대 국회에서 범여권은 전체 300석 중 108석에 불과하다. 8석의 이탈표만 있으면 대통령 거부권은 무력화할 수 있다. 이미 일부 국민의힘 당선인들은 채 상병 특검법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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