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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fn스트리트]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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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하이닉스는 주식시장에서 천덕꾸러기였다. 실적이 좋지 않아 주가는 싼 데다 주식수는 많아 발길에 차일 정도였다. 실제 2001년 9월 5일 하이닉스 주식 거래량은 5억주 가까이 됐다. 거래량 비중이 전체의 60%를 넘었다. 당시 주문 폭주로 전산망이 마비된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하이닉스만큼 굴곡진 역사를 가진 기업도 드물다. 하이닉스의 모태는 현대전자다. 외환위기 과정에서 현대전자는 빅딜을 통해 LG반도체를 품었다. 2001년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결국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이때만 해도 해도 파산은 시간문제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대규모 감자 이후 영업이익을 내면서 2005년 워크아웃에서 졸업하지만 우여곡절은 계속됐다. 채권단은 하이닉스를 팔려고 했지만 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인수 후보자들은 승자의 저주에 시달렸다. 하이닉스는 미운 오리 그 자체였다.

채권단은 2012년 3월에야 겨우 SK그룹으로 하이닉스를 넘겼다. 인수 이후 SK그룹은 하이닉스에 해마다 수조원을 투입했다. 연구개발(R&D) 인력도 대거 늘렸다. 1995년 26개에 달하던 D램 제조업체 수는 지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업체 정도로 정리됐다. 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흑독한 시련을 겪은 SK하이닉스에도 봄날이 왔다. 최근 주가가 거침없이 올라 사상 최고가인 6만원을 훌쩍 넘었다. 시가총액도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2003년 감자로 136원까지 떨어졌던 동전주 시절을 떠올리면 상전벽해다. 주가 전망도 핑크빛 일색이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엊그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50% 가까이 올렸다.

잘나가는 SK하이닉스가 또 한번 일을 냈다.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21일 선정됐기 때문이다. 인수가 완료되면 SK하이닉스는 D램에 편중돼 있는 포트폴리오를 낸드플래시 부문까지 확장할 수 있다. 도시바는 낸드시장 점유율(17.2%)이 삼성전자(36.7%)에 이어 2위다.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단 격이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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