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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마크롱 키즈'가 일으킨 선거 지진, 양당 체제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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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선]

마크롱 정치 혁명, 대선 이어 총선까지… 佛유권자 '제3의길' 택해

'집권당 견제론' 어느 정도 통해 예상보다 낮은 의석 61% 차지

역대 투표율 중 가장 낮은 42.6%… 마크롱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첫 국정 과제 타깃은 노동개혁… 야당·노동계, 대규모 반대 집회

"마크롱이 마지막 정치적 장애물을 쓸어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총선 압승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선거 지진'은 성공적으로 일단락됐다"며 "이제 그의 시선은 경제·사회 각 부문의 개혁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마크롱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M·전진하는 공화국)'와 '민주운동당(MoDem)' 연합은 이날 실시된 총선 결선투표에서 전체 의석 577석의 60.7%인 350석을 휩쓸었다. 두 정당은 이번 총선 전에는 의석이 한 석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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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선 결선투표가 치러진 18일(현지 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북부 르투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지지자들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며 윙크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신생 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M·전진하는 공화국)’와 ‘민주운동당(MoDem)’ 연합은 이날 전체 의석 577석 중 350석을 차지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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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 연합의 압승으로 마크롱의 '정치 혁명'은 절정을 이뤘다. 기성 정치권이 아닌 '아웃사이더' 출신인 마크롱은 전후 수십 년간 프랑스 정계를 양분했던 공화당·사회당 후보를 모두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된 데 이어, 1년 전 창당한 중도 신생 정당을 의회 다수당에까지 올려놓은 것이다. LRM은 이번 총선에서 출마자 절반을 여성에게 배정하고, 52%를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으로 채우는 등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카트린 바르바루 LRM 대표는 "1958년 제5공화국 출범 이후 프랑스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전혀 새롭고, 다양하고, 젊은 국회가 탄생했다"고 했다.

마크롱과 신생 집권 여당의 등장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실망,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역사학자인 장 가리그 교수는 "프랑스 국민은 마크롱이 정체되고 낙후한 프랑스 경제와 사회에 돌파구를 만들어 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총선은 프랑스에서 (우파도 좌파도 아닌) '제3의 길'이 시작됐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지 레제코는 "프랑스 유권자들이 이념에 사로잡혀 이도 저도 못한 양당(사회당·공화당) 구도는 이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과감하게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마크롱에게 기회를 줬다"고 했다.

공화당과 사회당 등 기존 주류 정당들은 대패했다. 일간 르피가로는 "사회당 등 중도 좌파 연합은 44석을 얻는 데 그쳐, 현재 302석과 비교할 때 거의 몰락 수준의 참패를 당했다"고 했다. 전직 장관들과 중진 의원들도 줄줄이 낙마했다. 또 공화당 등 중도 우파 연합도 현 의석보다 95석이 줄어든 131석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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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까지 장악하게 된 마크롱은 첫 국정 과제로 노동 개혁을 최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다. 법정 노동시간은 주당 35시간으로 유지하되, 기업이 산별 노조가 아닌 개별 기업 노조와 협상해 노동시간·추가 임금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부당 해고 때 사업주가 지불해야 하는 보상금에 한도를 두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마크롱이 우선 '행정명령'으로 노동개혁안을 도입하고, 향후 노동계와 협상을 거쳐 오는 9월 중 의회에서 최종 개혁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하면서 집권당 승리가 예상보다 압도적이지 못했다. 결선투표 직전 여론조사기관들은 집권 여당 연합이 전체 의석의 82%까지 휩쓸 것으로 전망했다. 일간 르몽드는 "1차 투표 이후 야권이 내세운 '집권당 견제론'이 유권자에게 먹혔다"고 했다.

낮은 투표율도 마크롱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42.6%로 역대 총선 중 가장 낮았다. 지난 2012년(55.4%)에 비해 무려 12.8%포인트나 떨어졌다. 미 뉴욕타임스는 "마크롱의 개혁이 프랑스를 더 잘살게 할 것이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야권과 노동계 등은 벌써 마크롱 정부 압박에 나섰다. 극좌 연합의 장뤼크 멜랑숑은 "기권자가 57.4%에 달한다는 점은 마크롱 정부가 노동 개혁을 밀어붙일 어떤 정통성도 갖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연합체인 사회주의 전선(FS)은 19일 파리 시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런던=장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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