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시작하라는 등고자비(登高自卑)는 사실, 높이 오를수록 자신을 낮추라는 숨은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또 돈을 많이 번다고 ‘그 사람, 안 그랬는데 변했더라’는 뒷말을 듣게 된다면, 그 사람은 집단 내에서 알게 모르게 쭉정이로 대우 받고 있을 것입니다.
근본 됨됨이가 충실한 사람은 헛되이 우쭐거리거나 자랑하고 싶어 안달하지 않습니다. 병에 가득 찬 물은 흔들어도 소리가 안 나고, 물은 깊을수록 소리가 없습니다. 도랑물이 소리를 내지 호수가 소리를 내겠습니까. 그저 빈 수레가 요란하고 빈 깡통이 시끄러운 법이지요. 요즘 세상에 겸손하면 깔본다고도 하지만, 겸손해서 손해 보는 일보다 은근히 자랑하려다 비웃음 사는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 사랑과 자랑은 숨길 수 없습니다. 다 티가 나니까요.
자랑의 반대는 겸손이지만, 겸손은 나를 낮추는 게 아니라 남을 높이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아도 상대방을 칭찬하고 존대함으로써 겸손의 미덕을 보이고 고래도 춤추게 할 수 있습니다. 자화자찬으로 스스로 춤춘다면 그것 참 곤란하겠지요.
밥 먹을 줄 안다고 누가 자랑하겠습니까. 똥 눌 줄 안다고 누가 우쭐대겠습니까. 그저 부모의 칭찬을 바라는 어린애나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지요. 자랑한다는 것은 그것이 아직 자연스러운 자기 것이 못 됐다는 것입니다. 이제 자신의 잘난 수준을 그만 자랑합시다. 다 보입니다, 그 잘난 수준이.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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