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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더 카 뉴스] "獨지옥코스 넘어서니…한국차 다시봤다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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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F1 뉘르부르크링 코스' 마친 현대車 4인방

매일경제

김재균 전력제어개발팀 연구원, 지영선 파이롯트섀시주행 개발팀 연구원, 윤주혁 현가조향설계1팀 연구원, 권종혁 고성능차성능개발1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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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인란트팔츠주 뉘르부르크에 있는 F1 서킷 '뉘르부르크링'. 모터레이싱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녹색 지옥'이다. 지난달 27~28일 양일간 뉘르부르크링에서 열린 24시간 내구레이스를 i30N으로 완주한 4인의 현대차 N브랜드 연구원들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죽다 살아났다"는 말로 내구레이스를 회상했다. 인터뷰에는 권종혁 고성능차성능개발1팀 연구원, 김재균 전력제어개발팀 연구원, 윤주혁 현가조향설계1팀 연구원, 지영선 파이롯트섀시주행 개발팀 연구원과 이종권 모터스포츠팀 부장이 참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실제로 경험해본 녹색 지옥은 어땠나.

▷김재균 연구원=길이가 25㎞에 달하는 구간과 롤러코스터 타듯이 뚝 떨어지는 코스를 보고 입이 벌어졌다. 그곳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비행기가 이륙한 것처럼 귀가 멍하다. 영암 F1 서킷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돼 포장 상태가 동일한데 뉘르부르크링은 노면의 변화가 커 확실히 가혹하다. 왜 이곳에서 고성능차들을 담금질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영선 연구원=BMW와 포르쉐 등 원래 모터스포츠에 강한 브랜드 차들이 퍼져 있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다른 차들과 부딪친 경우도 있었을 테고 오버 페이스로 밖으로 나간 경우도 있었을 거다.

―현대차의 위기는 언제였나.

▷권종혁 연구원=레이스를 시작한 지 두 시간 정도 지나 내가 운전대를 넘겨받았다. 높은 지점부터 계속 코너를 반복하며 내려오는 구간을 시속 180㎞로 달리고 있었다. 오른쪽 코너를 지나자마자 고장나 멈춰있는 타사 차량을 발견했다. 피했더니 차에 스핀이 걸려 가드에 부딪혔다. 가족을 잃은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피트로 차를 몰고 들어오는데 하얗게 질린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걱정이 더 심해졌다. 찌그러진 뒷부분을 펴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체감상으로는 여섯 시간쯤 지난 듯했다. 다음으로 운전대를 넘겨받은 지영선 연구원이 "차에 이상이 없다"고 무전하는 것을 듣고서야 안심했다.

―사고 이후 차의 성능에 지장이 생겼나.

▷권종혁=우리가 내구레이스 중 기록한 최고 랩타임이 사고 이후 나왔다. 후방이 찌그러졌을 때 가장 중요한 게 섀시가 틀어졌는지 여부다. 정비공은 "좌우가 3㎜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차 성능에 이상이 없다고 말해줬다.

▷이종권 부장=i30N은 일반 i30 보디를 그대로 쓴다. 한마디로 i30 보디 강성을 입증한 셈이다. 충격이 섀시까지 안 가고 트렁크에서 멈췄다는 건 일반 소비자들에게 발생한 사고도 큰 피해로 번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i30N'은 이번 대회에서 동 클래스 내 4위, 전체 50위로 완주했다. 해외 브랜드 팀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김재균=처음에 독일에서 연습하고 있을 때는 한국을 무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모터스포츠에서 열세에 있는 나라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경기를 진행하면서 시각이 바뀌는 걸 느꼈다. "처음 하는데 이만큼이냐" "한국 자동차를 다시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하반기 유럽을 시작으로 i30N이 출시될 것이다. 경쟁 모델 대비 강점은 무엇인가.

▷이종권=골프 GTI 클럽스포츠 모델을 경쟁 모델로 삼았다. N브랜드를 만들면서 운전자 의지를 잘 따라오는 고성능차를 목표로 했다. 운전하기 힘들거나 높은 운전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일반인도 재미있게 몰 수 있는 고성능차 말이다. 메간 RS와 같은 차는 높은 운전 숙련도를 필요로 한다.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깔끔한 노면에서 몰기는 쉬운데 일상 도로에서 타기에는 힘들다. 골프 GTI는 "나는 고속도로를 좋아한다"며 자기 고집을 부리는 스타일이다. 노면이 거친 곳에 몰고 가면 "네가 잘못 데려온 거야"라고 항변하는 느낌이랄까. 우리는 운전자의 의지를 반영해 좀 더 쉽고 많은 사람들이 몰 수 있도록 했다.

―내세우고 싶은 기술이 있다면.

▷권종혁=완성도 높은 eLSD(전자식 차동제한장치)를 만들게 됐다. eLSD는 전자식으로 좌우 토크 배분 시스템을 가동해 차가 좀 더 코너 안쪽으로 돌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보통 경주용 차에는 기계식 LSD를 많이 넣는다. 기계식 LSD는 경주용에는 걸맞지만 차에 맞춰서 운전을 해야 해서 다루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eLSD는 코너에서 부담을 감지하면 양쪽 토크를 주행 상황에 맞게 바꾼다. 어떤 사람이 몰아도 그 사람의 성향에 맞출 수 있는 것.

▷이종권=내구레이스를 통해서 eLSD의 완성도를 한 차원 높였다. 현장에서 엔지니어들이 노트북을 들고와 튜닝을 하며 최적의 eLSD 솔루션을 찾았다는 게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성과다.

―고성능차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비어만 부사장은 어떤 사람인가.

▷권종혁=운전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잘한다. 출장 중에도 웬만하면 스스로 운전한다. 그러다 후륜구동 차를 타면 무조건 드리프트부터 하는 사람이다. 항상 다른 차들의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 감각으로 익힌다. 그렇기 때문에 같이 지내는 연구원들과 관리자들도 민감해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고성능 브랜드 N에 대해 독자들에게 소개해준다면.

▷이종권=우리 회사 스포츠 모델은 스쿠프 터보부터 시작했다. 시속 200㎞를 넘을 수 있는 고출력 고성능이라고 자신했는데 차가 잘 안 서고 코너를 잘 못 돌더라. 섀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낸 게 티뷰론이다. 후륜에 독립 서스펜션을 넣고, 제동장치를 강화했는데 이제 차체가 못 견디더라. 투스카니에서 차체 강성을 높이고, 제네시스 쿠페로 후륜구동에 도전하며 완성도를 점차 높여왔다. 이제 본격 출범하는 고성능차 N브랜드는 모터스포츠카로서 손색이 없다. 그걸 이번 뉘르부르크링에서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반복 제동과 횡값도 모두 받아줄 수 있다. N브랜드는 낙수 효과도 있다. 고성능차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는 양산차를 더 잘 만들 수 있다. 현대차 주행 성능에 대해 고객들이 보다 만족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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