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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시승기] 렉서스 같은 디자인·준수한 가속감…중국차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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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차 '켄보600'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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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긴장해야겠어요."

최근 중한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600을 대리 기사와 함께 타고 서울시 용산구 중식당 마오에서부터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역까지 11㎞를 달린 후 대리기사가 한 말이다.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자동차를 타는 직업군에 속하는 대리 기사의 발언이니 신빙성이 있을 것이다. 켄보 600이 중국차 치고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는 기사를 많이 접했는데, 실제로 타보니 '중국차 치고'라는 단서를 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외관 디자인이 준수하다. 모래시계처럼 생긴 라디에이터그릴은 렉서스 NX를 닮았다. 뒷부분에선 폭스바겐 티구안이 연상된다. 이처럼 어딘가에서 본 듯한 요소들이 조합돼 나름대로 고급차의 느낌을 준다. 로고만 보고 저가형 중국차임을 알아차릴 사람이 별로 없는 까닭에 다소간의 수입차 프리미엄까지 기대할 수 있다. 중국차는 디자인이 별로일 것 같다는 편견이 사라지는 대목이다.

긍정적인 첫인상은 차 문을 따고 들어가면 다소 상쇄된다. 저가형 자동차에 프리미엄 나파 가죽 시트를 기대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문제는 센스다. 검은 톤의 시트에 하얀색 실이 박음질됐는데 시침바느질 같은 감성이다.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문제라 시트에 헝겊을 씌워놓은 듯한 다른 브랜드의 소형 SUV보다는 완성도가 높은 느낌이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에 전동 시트가 적용됐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원터치 스타트 버튼으로 시동을 건 후 가속 페달을 밟았다. 뛰어나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절대 도로에서 뒤처질 만한 가속력은 아니다. 중형 SUV 켄보600은 가솔린 싱글 터보 엔진을 쓰며 최대 출력 147마력에 최대 토크가 21.5㎏·m이다. 비슷한 크기를 갖춘 현대차 싼타페 2.0 가솔린(최대 출력 240마력, 최대 토크 36.0㎏·m)보다는 열위에 있고, 티볼리, 니로, 트랙스 등 같은 값으로 살 수 있는 소형 SUV와는 유사하다. 더 큰 차체를 같은 힘으로 몰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속도감이 약간 떨어지는 수준이다. 문제는 괜찮은 가속감을 느끼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소음이다. 이 차를 여러 사람과 탔는데 "어디서 공회전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냐"는 이야기를 두 명에게 들었다.

인포테인먼트는 상당한 수준이다. 블루투스는 손쉽게 연결되고, 대형 8인치 TFT LCD 디스플레이 화면이 넓은 시야감을 제공하며 내비게이션으로는 아틀란 3D 지도가 적용됐다. 국내에 들어온 유럽계 자동차들이 한국 도로 사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내비게이션으로 겪는 문제를 켄보600의 경우 아예 한국산 내비를 활용함으로써 극복했다.

매일경제

문제는 한국 도로 사정을 잘 반영하는 내비게이션을 항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디스플레이는 평상시에는 문제 없이 작동하다가도 10회 운전에 4회 정도는 오작동했다.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까닭에 불빛이 거슬려 전원을 끄면 "나 아직 괜찮다"는 듯 오기를 부리며 켜졌다가 다시 꺼진다. 운영을 많이 한 시승차라서 생긴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 구매한 신차도 속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시승차처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수라 백작 같은 차다. 렉서스 같은 외관 디자인에 혹해서 문을 열면 빈약한 인테리어에 실망하고, 기대 이상의 주행감에 감탄하고 있으면 엔진 소리가 귀를 찌르고, 편리한 인포테인먼트에 흥분하면 디스플레이가 깜빡깜빡거리면서 침착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중국에서 온 아수라 백작이 이 모든 장단점을 보여준 후 내미는 청구서는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다. 켄보600의 가격은 기본형(모던)이 1999만원, 고급형(럭셔리)이 2099만원. 국내 대표 준중형 세단의 중간 트림을 살 돈에 100만~200만원만 얹으면 중형 SUV의 오너가 될 수 있다. 자동차를 사는 주요 기준이 '공간'에 있는 사람에게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국산 SUV에서 같은 실내 공간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1000만원까지 더 지불해야 한다. 이 차가 올해 1월 수입된 이래 이미 200대가량 팔린 데다 지난달 120대가 국내로 더 들어온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켄보600의 국내 수입사인 중한차는 엔진, 트랜스미션, 조향장치, 제동장치 등 차량 4대 주요 부품 중 한 부분에 중대결함이 발생해 1년 내 4회 이상 수리를 받은 차량을 신차로 바꿔줄 정도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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