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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조선업 파란불]구조조정으로 넘긴 불황 수주 힘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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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
불황 버티고 회복기 준비
中 구조조정 했지만 자국발주 한계 못 넘어


아시아경제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고정식 해양플랜트가 바지선에 실려 영국지역 북해 대륙붕으로 설치를 위해 출항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조선업계가 중국을 제치고 5년 만에 '수주 1위 탈환'을 눈 앞에 뒀다. 국내 조선사는 4~5월 연달아 글로벌 수주실적 1위를 차지하며 누적기준(1~5월)으로 중국을 앞질렀다. 중국 조선소가 자국 발주로 연명하는 사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불황을 버티고 호황기를 준비해 온 덕분이다.

국내 조선사는 업황 침체와 해양플랜트 부실로 적자가 가시화되면서 2014년부터 구조조정에 나섰다. 강도도 셌다. 희망퇴직으로 인력을 줄이는 것 뿐 아니라 임금삭감, 무급 순환휴직에 비핵심 자회사ㆍ자산을 모두 매각했다. 현대중공업은 비(非)조선 사업부문 분사라는 강수도 뒀다. 정부는 조선 빅3가 만든 자구계획안의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국내 조선 빅3의 직원수는 지난해 기준 2만3077명으로 전년 대비 15% 가량 줄었다.

반면 중국은 세계적인 조선업황 불황 속에서도 자국 발주로 수주 총량을 유지해왔다. 지난 4년 간 우리나라보다 연간 수주량이 많았던 것도 그 영향이 컸다. 중국 조선은 '국소국조(자국해운 수요는 자국선박 건조를 통해 해결한다)' 기조 아래 급격히 성장했다. 지난해 초 중국 정부가 브라질의 철광석을 수입하기 위해 40만DWT급 벌크선 30척을 한꺼번에 발주한 것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 조선사들의 수주량 중 40~50% 정도를 자국 발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경기 악화로 자국 발주가 줄어들며 자연스레 중국 조선소의 수주물량도 줄었다. 중국 역시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자국 발주 중심의 수주 구조 한계를 비껴가진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만 봐도 그동안 대형선을 발주했었다면 최근엔 소형 컨테이너선 중심으로만 발주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국 조선소는 자국 의존도가 너무 컸던 것이 가장 큰 리스크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수주를 주도한 벌크선 발주가 최근 3년 간 크게 줄어든 것도 영향을 받았다. 중국 조선소는 그동안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벌크선을 싹쓸이해왔다. 국내 조선사의 벌크선 수주가 크게 줄어든 것도 중국으로 흡수된 영향이 컸다. 벌크선은 유조선, LNG(액화천연가스) 등에 비해 기술력을 크게 요하지 않는 선종이다. 상대적으로 국내 조선소는 줄어든 벌크선 수주를 만회하기 위해 LNG선 분야에서 기술력을 키워왔다. 중국 조선소가 기술투자에 주춤하는 사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개발하는데 집중해온 것이다. 구조조정을 하는 와중에도 연구개발(R&D) 인력은 유지해왔다.

국내 조선소의 수주규모는 하반기 들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선박 가격도 소폭 오르면서 '업황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체로 선가가 오르면 발주가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올해 3월(121포인트), 4월(122포인트)에 이어 5월에는 123포인트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국내 조선사가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가격이 올라 긍정적이다. VLCC 선가는 지난 4월 척당 8000만 달러에서 5월에는 척당 8050만 달러로 50만 달러 상승했다. 이밖에 노르웨이발(發) 발주 호재, 오는 9월 도입되는 환경규제 등도 선박 발주를 부채질할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대규모 발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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