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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韓 경제 낙관론 vs 신중론···고민 깊어지는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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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1분기 성장률 0.5%, 수출부진에 소비까지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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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OECD 2.6% '동결' vs 해외IB들 2.9% '상향'···엇갈린 전망

금통위원도 시각차 "2%대 후반" vs "3% 가능할수도"
"소비 회복이 관건"···저축률 19년來 최고·소비심리 3년來 최고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놓고 해외 IB(투자은행)들이 2.9%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작년(2.8%)보다 낮은 2.6%로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등 기관들 간 시각차가 큰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수정한데 이어 7월 경제전망에서 추가로 상향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에서 조정폭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OECD는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2.6%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오히려 0.2%포인트 낮춘 2.8%로 제시했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5%로 상향한 것을 비롯해 일본(1.0%→1.4%), 중국(6.4%→6.6%), 유로존(1.6%→1.8%) 등 대부분 주요국들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OECD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그 근거로 소비심리 위축, 가계부채 급증, 중국의 사드 보복과 같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가능성 등 보호무역주의 등을 꼽았다. 수출·기업투자 증가 등 상방 요인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녹록지 않은 하방 요인에 무게를 뒀다.

특히 OECD는 민간소비 부문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이번에 2.0%로 떨어뜨리며 소비 부진을 비중있게 언급했다. OECD는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에 이어 소비자심리가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소비가 위축됐다"고 밝혔다. 내년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해 보수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가계 가처분 소득의 170%를 넘는 높은 가계부채는 성장을 제약하는 또 하나의 하방 요인"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가계의 빚 부담을 나타내는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153.6%로 올랐고 최근에는 170%에 육박한 상황이다. 이는 가계소득으로 빚을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수치로 그만큼 우리나라 가계의 재무건정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고점을 찍었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사건 당시 133%였던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OECD는 또 "하방 리스크 요인에 보호무역주의와 한미간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가능성도 포함된다"며 대외 변수로 수출이 주춤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한국의 강력한 외교적 위치가 이와 같은 이벤트에 있어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OECD가 각종 하방 요인에 주목하며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반면 해외 IB들은 낙관적인 편이다.

HSBC와 씨티은행은 이달 들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3%포인트 상향해 각각 2.7%, 2.9%로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9%로 제시했다. 견조한 수출 증가세가 설비투자와 생산을 견인하고, 고용과 민간소비도 뒷받침 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국내 기관들 사이에서도 올해 성장률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낙관적으로 봐도 2.7% 이상은 무리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3.2%까지 달성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SK증권 안영진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성장률이 1.1%로 잘 나왔고 추경을 실시하는 부분을 감안하면 2.6% 보다는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지만 하반기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내수 드라이브가 숫자로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경을 통해 고용이 늘어나고 가계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당장 올해 하반기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고 오히려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낙관적으로 봐도 올해 성장률이 2.7%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 문정희 이코노미스트는 "OECD가 다른 기관에 비해 한국을 포함해 신흥국 시장에 대해 보수적으로 보는 편인데다 시기적으로 이번에 발표된 OECD 경제전망에 우리나라 1분기 성장률(1.1%)이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4월 산업활동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와서 2분기 기대감이 1분기 보다는 낮아진 상황"이라며 "1분기 성장 추세가 2분기와 하반기까지 이어질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추경을 통한 일자리 확대로 민간소비까지 살아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박희찬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경기 여건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일자리 추경에 나선다면 경제 성장에 플러스 알파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하반기 경제 성장세가 3% 내외의 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고, 올해 연간 성장률은 2.9%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프투자증권 김유겸 이코노미스트는 "신 정부의 일자리 확대는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며 "정부의 일자리 추경 11조원이 집행된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3.2%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7월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이후 "여러가지 경제지표의 움직임을 봤을 때 7월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4월 2.6%)보다는 상향 조정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추가 상향을 예고한 상황. 엇갈리는 전망과 각종 대내외 변수 속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동철 금통위원은 지난 9일 한은에서 열린 특강에서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불안, 전세계적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이 많고 우리나라 내에서는 어려움이 더 많이 산적해 있다"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로 통화정책과 경제전망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조 위원은 올해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민간소비의 회복이 지체되고 있어 연간 3%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기는 다소 버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또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3%대 성장률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솔직한 심정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틀림없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며 "선진국 중 3% 이상 성장을 지속한 나라가 거의 없는데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에 따라 노동투입이 제약되고 자본심화 정도도 이미 선진국 수준임을 감안할 때 향후 3%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한 금통위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1%로 예상보다 좋게 나온 것을 감안하면 올해 3% 성장 가능성도 있다"며 "소비가 얼마나 올라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연구기관과 금통위원들은 소비 부문을 주목하고 있다. 소비 회복이 지체되느냐 또는 빠르게 회복되느냐에 따라 3% 성장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6월 들어 발표된 소비 관련 지표를 보면 현재 뚜렷한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기대감을 반영하는 선행 지표는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1.1% 성장해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민간 소비는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 감소,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1분기 소비 회복세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발표된 1분기 총저축률은 36.9%로 1998년 3분기(37.2%)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축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소비나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소비에 대한 선행지표인 5월 소비심리지수는 108로 2014년 4월(108.4)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소비심리지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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