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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벼랑끝 몰린 IS의 반격… 중동의 ‘테러 무풍지대’도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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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파고 높아진 중동]‘시아파 맹주’ 이란 중심부 공격

세력 약화속 ‘글로벌 테러능력’ 과시… 수니파-시아파 갈등 자극도 겨냥

카타르사태 겹쳐 중동 혼란 커질듯

7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국회 의사당과 1979년 이란혁명의 지도자이자 국가 영웅으로 추앙받는 아야톨라 호메이니 묘역에서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발생하자 국제사회는 “중동의 대표적인 IS 테러 청정지대까지 뚫렸다”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란은 수니파 극단주의를 신봉하는 IS가 이단으로 취급하며 적대시하는 시아파의 맹주다. 아랍 국가들과는 언어, 문화, 인종도 다르다. IS라는 강력한 적을 가까이 두고도 이란이 IS 테러로부터 안전했던 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같은 아랍권 주요 국가들과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체계적인 IS 억제 시스템을 유지해 온 덕분이었다.

동아일보

실제로 이란은 자국 내에서 극소수를 차지하는 수니파를 상대로 IS가 단순한 선전전을 진행하는 것도 철저히 막아 왔다. IS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전쟁을 치렀던 ‘적국’ 이라크를 돕기도 했다. 2014∼2015년 IS의 영향력이 확대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을 때부터 이란은 적극적으로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해 왔다. 미국 내 중동문제 권위자 중 한 명인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원장은 “아랍 국가들은 IS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이란의 모습을 참고하고, 필요할 경우 적극 협력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역시 영국 런던(3일)에 이어 라마단 금식 기간에 맞춘 IS 테러의 먹잇감이 되고 만 셈이다. 이라크 모술과 시리아 락까 같은 핵심 거점 지역에서 IS의 영향력이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글로벌 테러 역량’은 막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받는다.

이번 사건은 최근의 복잡한 중동 정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카타르에 대해 사우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8개 이슬람 국가가 단교를 선언한 상황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교 사태를 주도한 국가들은 공식적으로는 “카타르가 극단주의와 테러 단체들을 지원해 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단교 이유는 카타르와 가깝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이란을 막기 위한 의도가 더 크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번 테러는 이란을 겨냥한 수니파 국가들의 잇따른 카타르 단교 사태와 이로 인한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과 긴장감 고조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목적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아파 맹주 이란의 정신적 지주인 호메이니 묘역을 겨냥한 건 이번 공격이 중동의 종파 갈등을 자극하려는 의도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이번 테러를 계기로 IS 퇴치에 대대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IS 퇴치 작전에 새로운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하지만 아랍 국가들 입장에선 자신들보다 인구 규모, 잠재적 경제력, 과학기술 역량 등에서 압도적인 이란이 국제적으로 강력한 행동에 나서는 것을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세형 turtle@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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