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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英 조기총선 D-2… 메이의 보수당, 잇단 테러에 지지율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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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에 두자릿수 우세→1%p差]

고령자 복지 축소로 표 까먹고 테러 사전경고 놓쳐 불신 확산

브렉시트 협상력 높이긴커녕 의석 잃고 입지 흔들릴 가능성

IS "우리 파견부대가 런던 공격"

조선일보

/AFP 연합뉴스


지난 4월 18일 테리사 메이〈사진〉 영국 총리가 "6월 8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영국 언론들은 "메이가 (야당인) 노동당을 짓밟아버릴 것"이라고 했다. 당시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은 두 자릿수 차이로 노동당을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두 달 사이 꾸준히 지지율 격차를 줄인 노동당은 최근 1%포인트까지 근접하면서 이번 총선을 '예측할 수 없는 게임'으로 바꿔놓았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의 도박이 오히려 역효과(backfire)를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조기 총선은 유럽연합(EU) 측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탈퇴) 협상을 앞둔 메이 총리의 승부수였다. 높은 정당 지지율을 등에 업고 보수당 의석을 크게 늘려 브렉시트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었다.

지난달 18일 보수당이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요양 비용 지급을 줄이는 내용의 사회복지 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총선 판도에 변화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보수당 지지층인 고령층은 이 공약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여론 조사에서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가 7~12%포인트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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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잇달아 터지고 있는 테러도 악재(惡材)로 작용했다. 지난 3월 22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테러(6명 사망)에 이어 5월 22일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22명 사망), 지난 3일 런던 브리지·상가 테러(7명 사망) 등 석 달 사이 테러가 세 차례나 발생하면서 정부와 집권 여당의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다. 영국은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 이후 대규모 테러에서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런던 브리지 테러가 있었던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 서베이션이 발표한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은 각각 40%와 39%로 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테러가 메이 총리의 보수당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테러 다음 날인 4일 공식 선전 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우리의 파견 부대가 런던 공격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 결과 런던 브리지와 버러 마켓에서 차량·흉기 테러를 저지른 테러범 3명 가운데 한 명은 파키스탄 출신의 20대인데, 극단적 이슬람주의 성향으로 이웃들이 경찰에 두 차례나 신고했던 인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영국 경찰과 정보 당국의 부실 대응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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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차량 돌진 못하게 장벽 설치 - 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기마 경찰들이 새로 설치된 차도·인도 구분 장벽을 따라 순찰을 돌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3월 22일 다리 위 차도를 달리던 차량이 인도로 뛰어들어 행인을 덮치는 바람에 수십명의 관광객들이 사상(死傷)을 당했다. 지난 3일에는 이곳에서 3.2㎞ 떨어진 런던 브리지에서 승합차가 인도쪽 행인들을 향해 돌진해 수십명이 피해를 입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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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범인 살만 아베디 역시 주변 사람들이 '위험 인물'이라며 정보 당국에 신고했지만 후속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텔레그래프는 "정부가 맨체스터 테러 발생 후 위기 경보를 1등급인 '위급(Critical)'에서 그 아래 단계인 '심각(Severe)'으로 내린 지 일주일 만에 또 런던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며 정부의 테러 대처 능력을 비판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메이 총리가 내무장관 재임 시절 경찰 인력을 2만명가량 줄인 것이 테러를 막지 못하게 된 주 요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4일 "싼값으로 국민을 보호할 수는 없다. 경찰 1만여 명과 경비 인력 1000여 명을 충원할 것"이라고 했다. 메이 총리도 이날 "영국은 극단주의에 과도한 관용을 베풀어왔다. 이제 더는 안 된다(enough is enough)"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지만 뒷북을 친 셈이 됐다.

보수당이 총선에서 의석 늘리기에 실패하면 브렉시트 절차는 난항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엔 조기 총선을 밀어붙인 메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테러가 영국 총선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며 "며칠밖에 남지 않은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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