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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원자력 전문가들 "文정부 탈원전, 전문가 배제한 졸속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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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재인정부가 취임과 함께 강력하게 추진 중인 탈핵 정책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실성과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의 미래가 숙의되지 못한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1일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산대 등 전국 23개 대학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은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은 충분한 전문가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원자력학회 전임 학회장인 성풍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는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단’ 명의의 성명서 발표에서 “국가의 근간인 에너지 정책 수립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는 데 안타까움이 크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는 “국가 에너지 정책이 지금처럼 졸속 결정되면 전기 수급 문제, 원전산업의 붕괴 등 몇 년 뒤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성명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주 교수는 “선거 당시에 원전 안전을 우려하는 여론을 수용해 선거 공약에 반영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시간을 갖고 대안을 마련해 가면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원자력 전문가는 물론이고 국민적 합의와 숙의를 동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의 참여가 배제됐다는 점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주 교수는 “(관련 정책을 내놓은 전문가단에)원전 관련 공학과 안전, 가치 등을 잘 아는 진짜 전문가는 한 사람도 포함돼 있지 않다”며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왔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지진 대비 설계는 잘 돼 있었지만 쓰나미 때문에 비상발전기가 침수돼 일어난 참사인데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과도하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이런 상태로 편견을 갖고 전 국민에 오랜 영향을 미칠 전력정책 등을 수립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김명현 교수는 원전 정책의 정치적 이슈화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60년대에 다분히 경제적, 국가 과학적 입장에서 원전을 선택했는데 최근 몇 년 정치적 이슈가 기술·경제적 이슈를 덮어버려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한 때 전력 생산량 70% 이상을 원전에 의존했지만 여러 차례 반핵운동과 끊임없는 논의 끝에 원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탈 원전이 너무 급하게 일부 세력에 의해 결정됐고 공론화 과정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풍현 교수도 “스위스 등 유럽 여러 국가들에서도 원자력 이슈 여론 수렴은 3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세계적 기류가 탈 원전이라는 데 대해서도 교수단은 이견을 밝혔다. 주한규 교수는 “실제로 탈핵을 추진 중인 국가는 독일, 스위스, 벨기에, 타이완 등 4개국뿐”이라며 “이들 국가의 원전을 다 합해도 26개이다”고 말했다. 그런 반면 기후협약 등을 이행하기 위해 원전이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판단되면서 전세계적으로는 원전 기수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미국 에너지정보국에 제기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단’은 성명 발표 전 단 하루(5월31일)동안 진행한 서명에 교수 230명이 동참했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전공 범위를 넓히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수들의 서명을 계속 받을 계획이다.

이번 서명에 참여한 교수는 서울대학교의 건설환경공학부 남경필, 원자핵공학과 황일순, 에너지자원공학과 최종근, 화학생물공학부 차국헌 교수를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최원호, 원자력 및 양자 공학과 노희천,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김선준,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황주호,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윤병조 정지환 교수 등 230명으로 집계됐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는 다양한 전공의 교수 43명이 참여했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김명현 교수가 지적한 ‘탈원전 시 4대 부작용’

1.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국민의 삶의 질 하락.

2. 전력 안보 위협. 다른 나라와 그리드 연결 안 된 우리나라는 ‘전력 섬’에 해당해 전력공급 문제 예상.

3. 기후변화 문제. 가스발전은 원자력발전보다 30배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함.

4. 원전 산업의 붕괴. 한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 힘든 산업적 특성 고려해야.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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