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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해외 직구 금지' 혼선 대통령실 사과… 尹, 재발방지책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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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과도 규제로 국민 불편

당정 협의 잘 안된 부분에도 송구

대통령 보고 안돼” 책임론 선긋기

與 당권주자들 정부 비판 줄이어

직구 논란 계기 당정관계 변곡점

정부가 ‘안전 인증이 없는 해외 직구(직접구매) 금지’ 정책을 발표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해 혼선이 빚어진 데 대해 대통령실이 공식 사과했다. 해외 직구에 익숙한 소비자 반발이 워낙 컸던 데다 여당 내에서도 당권 주자들에 이어 원내지도부까지 ‘설익은 정책’이었다고 비판하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0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최근 해외 직구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 발표로 국민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성태윤 정책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해외 직구 정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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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실장은 ‘송구’, ‘죄송’ 등의 단어를 네 차례 써 가며 “정부의 정책 대응에 크게 두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KC(국가인증통합마크) 인증을 받아야만 해외 직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침이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애쓰시는 국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을 발표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실제 계획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며 “KC 인증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법 개정을 위한 여론 수렴 등 관련 절차가 필요하고, 개정 전에는 위해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차단한다는 방침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6월부터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가 금지된다고 알려져 혼선을 초래한 점 역시 죄송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정책 사전 검토 강화,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 설명 강화,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재점검 등 재발 방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성 실장은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16일 어린이용품 등 80개 제품에 대해 KC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 등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물건을 찾아 발품을 파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19일 정책을 사실상 거둬들였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도 “과도한 규제”(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무식한 정책”(유승민 전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이날 추경호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도 정책 혼선과 관련해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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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가 화물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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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정부와 거리 두기를 시도하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일각에서는 해외 직구 정책 논란을 계기로 당정 관계가 변곡점을 맞이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정 협의가 잘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통령실은 (직구 금지 정책) TF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 문제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을 갑자기 취소한 것을 두고도 해외 직구 정책 발표를 주도한 한 총리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여권 인사들 간 장외 설전도 벌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면 “모래주머니라도 급하게 쌓는 게 상책”이라고 정부를 두둔하면서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을 비판한 중진을 겨냥해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오 시장은 저를 비판한 모양인데, 그런 생각이라면 사흘 만에 철회한 정부와 (사과한) 대통령실을 향해 똑바로 얘기하라”고 맞받았다.

유태영·박지원·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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