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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생계형의 교원 자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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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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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교외에 있는 요양원에 백발의 노인들이 방문하여 휴게실에서 면회를 한다. 방문객들이 불편한 몸으로 날바닥에 엎드려 휠체어에 앉은 이를 향하여 큰절을 올린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내가 뭘 해준 게 있다고, 같이 늙어가면서 해마다 이러는가. 이젠 그만들 오시게" 제자들은 선생님 은혜에 대한 아주 작은 감사의 뜻을 전하려고 찾았으리라.

공원묘역 한쪽 끝자락 무덤 앞에 젊은이의 등에 엎여온 노인이 내려서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한다. '선생님, 이 못난 제자 사기꾼, 죽어도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짓고서 이제야 찾아왔습니다. 염치없지만,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 손자 놈이 같이 왔습니다. 십년형의 법적 죄 값은 받았지만, 선생님에 대한 죄는 영원히 씻지 못할 것인 줄 알면서 이렇게 찾아와 용서를 빕니다.' 우체국 옆 허름한 중국집 간판 위에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선생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중학생 시절, 결식학생들에게 자장면으로 허기를 면하게 해주던 식당인데 졸업 후 한참이 지나서야 알고 보니 3년간의 자장면 값을 그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한 게 아니라 담임선생님 월급에서 부담하셨단다. 늦었지만 그 고마움을 기리고 싶어 만든 자리란다. 장년들의 눈시울이 더 뜨거워진다.

벽지학교에서 6학년을 마치고 가난을 벗어나려 하숙하시던 담임선생님의 주선으로 도회지에서 가정부로 일하면서 중졸과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방송통신대학을 마치고 유치원 교사가 된 순자가 초등학교시절 담임선생님을 찾는다. 교통사고로 정년도 못 채우시고 오래전에 돌아가셨단다. 가족들과 함께 묘소를 찾아 성묘를 하며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시골 중학교에서 시간제 사환으로 일하면서 장학금으로 졸업을 하고, 산업체 부설 고교를 거쳐 전문대학 위탁교육을 마쳤다. 중소기업에 취업하여 야간대학을 다니던 가난뱅이 선영이가 중3때 담임선생님이 간암으로 간장이식을 받아야 될 형편이라는 소식을 듣고 기증 신청을 하여 검사를 받고 이식수술을 했으나 선생님은 부작용으로 몇 개월 후에 돌아가셨다. 참으로 안타깝다. 40여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분이 수제자의 회사에 명예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출근해 월급을 받아오다가 뜻밖에 제자가 과로사하자 회사를 책임지는 정식 대표이사가 되었다. 회사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선장의 항해는 부실로 이어져 일 년도 안 되어 넘어진다. 내 땀의 결정이 아니면 버려야했는데, 수제자에겐 한없이 송구했으리라.

올바른 가르침으로 훌륭한 인재를 길러낸 이는 죽어서도 존경을 받으며, 다른 이의 귀감이돼 스승의 반열에 오르는데, 수십 년 전 강의노트 활용하며 제자 논문의 명의도용이나 하고, 학점장사와 저작물 강매로 갑 질이나 하고 프로젝트 겹치기의 수당이나 챙기면서 잿밥에만 집중하니 학생에게 고발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

중부매일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교사는 있으되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으나 제자가 없다.' 는 이 말이 교단에 섰던 사람으로 참으로 듣기 거북하지만, 스승의 날을 맞으면서 일 년에 단한번이라도 모든 교사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교원 자격증은 교육용인가 생계용인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려고 교단에 섰나? 보수를 받기에 당당한가? 학생들이 나에게서 무엇을 배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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