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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인터뷰] 배우 정원영, 무대 위 햇살로 10년…앞으로 태양이 될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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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SBS funE l 강경윤 기자] 10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배우 정원영은 무대 위 10년이란 시간을 통해 ‘햇살’이라는 소중한 별명을 얻었다. 2012년 뮤지컬 ‘완득이’에서 그가 보여준 밝고 유쾌한 매력 덕에 ‘햇살’은 이름만큼이나 자주 불리는 별명이 됐다.

정원영은 지난 15일 팬들과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가졌다. 그의 곁을 지켜준 팬들과 나눈 축하의 시간이었다. 그를 축하해 주기 위해 대학 동기들이 함께했고, 소속사 프로액터스 배우들도 기쁘게 무대에 올랐다. 정원영의 동료이자 그를 발탁해준 ‘스승’ 오만석도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돌이켜 보면 참 치열하게 살았어요. 3년은 앙상블을 했고 7년은 배역을 했어요. 데뷔 3년 만에 팬 카페가 처음 생겼고, 그때부터 묵묵히 카페를 운영해주는 팬, 계속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이 있어요. 그런 팬들에게 선물처럼 주고 싶은 공연이 바로 이번 콘서트였어요.”

Q. 많은 배우들이 10주년을 축하해주려고 왔다.

“서울예대 03학번 동기들이 총출동해줬어요.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니 계속 버티고 남아있는 동기들이 그렇게 많진 않아요. 스스로도 칭찬해주고 싶고 그들에게도 ‘너희도 버텼구나’란 칭찬을 해주고 싶었어요. ‘내 마음의 풍금’에서 처음 만나 다음 작품에서 나를 발탁해준 배우 오만석 형. 스승의 날이었는데 형과 함께 노래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의미가 있었어요.”

Q. 이미지와 달리 소울풀한 음색이 정원영 배우만의 트레이드마크다.

“지금은 록뮤지컬, 팝뮤지컬 등 다양하지만 처음에는 제 목소리 때문에 많이 고민했었어요. 해병대 말년 휴가를 나와서 뮤지컬 ‘대장금’의 첫 오디션을 봤어요. 삭발한 머리로 휘성의 ‘위드미’를 열창했죠. 그때 들은 말이 ‘원영 씨는 뮤지컬에 적합하지 않아요. 잘하면 조연으로 딱 한 곡 정도 하겠네요.’란 말이었어요. ‘나는 안되는 건가?’라고 힘들었죠. 지금은 (강)홍석 배우와 농담으로 ‘우리 시대가 왔다.’고 하죠.(웃음)”

Q. 강홍석 배우와의 인연도 참 남다르다.

“한 학번 아래 후배 홍석이는 참 각별해요. 제가 무대로 이끌었거든요. 홍석이는 대학 시절 지금보다 더 몸집이 크고(웃음) 스타일이 확고했어요. ‘스트리트 라이프’에서 배역이 하나 비었는데 그 역할에 홍석이가 딱이었어요. 성재준 연출님에게 ‘학교에 정말 괜찮은 애가 있다’고 해서 학교에서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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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얼마 전 ‘스모크’에서 ‘해’라는 역을 했는데.

“이 작품의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작품을 다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상이라는 시인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했어요. 새롭게 알게 된 게 그는 ‘위트가 넘쳤던 사람’이었어요. 극 중 ‘내 글에는 돼지 꼬리만 남았다’는 대사가 있어요. 제가 연습을 하다가 ‘돼지 꼬리만 남았다. 내 글은 정육점이다’라고 했는데요. 실제로 이상 시인도 자신의 글을 ‘축산물’로 비유했었대요. 또 ‘탈신해야 겠다’며 제가 신을 벗는 장난을 했는데, 그 부분도 비슷하게 있었다고 하고요. 우리는 비극적인 천재로 특별하게 기억하지만 실제로 그는 말장난을 좋아하던 사람, 위트가 넘치던 사람은 아니었을지 많이 공감했던 인물이었어요.”

Q. 그래서였을까. 공연할 때 많이 울었다.

“이상이 느끼던 고통을 저 역시 뮤지컬 배우로서 똑같이 겪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눈동자’라는 곡이 있어요.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절망한다’는 노랫말이 있어요. 많이 공감한 부분이에요. 저는 민망할 때 사람들을 웃기려고 해요. 어색한 상황이 있으면 사람들을 웃겨서 넘어가려고 해요. 잘 안 될 때 더 멋을 부리고, 또 멋을 부리는 내 모습에 무너지고.”

Q. 작품을 하면서 자신을 모습을 발견한 건가.

“단점을 알면서 그 역시도 장점인 척하려면 스스로 너무 괴롭죠. 가장 처음으로 한 연극 ‘이’가 있어요. 지금 목소리도 허스키한데 그때 연습을 너무 해서 첫 공연때 목소리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았어요. 첫 대사를 뱉었을 때 관객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나요. ‘마마가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라는 대사였어요. 대사를 하자마자 실망하는 관객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어요. ‘아,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매일 집에 가는 길 버스 뒷자리에서 울었어요. 공연장 가는 것도 무섭고, 누가 공연을 보러 왔다고 하거나 ‘잘봤다’는 얘기를 들어도 너무 무서웠어요. ‘나를 다 안다는 보는 그 눈동자’가 너무 무서웠죠. ‘스모크’를 하면서 그 시절이 많이 떠올랐어요.”

Q. 반대로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 역시 관객들의 반응일 듯하다.

“배우는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이시키고 관객들을 웃고 울리며 박수를 받는 직업이잖아요. 가장 희열을 느낄 때는 아무래도 막공이죠. 관객들이 아쉬워하며 ‘재연이 되면 돌아와 주세요.’라고 하면 배우로서 뿌듯해요.”

Q. 관객들, 특히 팬이 된 관객들을 보면 더욱 보람을 느낄듯한데.

“팬들이 응원해줄 때 많이 힘을 얻어요. 지금까지 10년 정도 무대에 오르면서 ‘죽고 싶었는데 공연을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팬레터를 받은 적이 5번 정도 있어요.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관객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어떤 대사 한 줄, 장면 하나를 통해서 삶의 의지를 얻었다고 할 때 ‘내 연기가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거구나’ 이런 생각에 희열은 물론이고요. 책임감, 사명감까지도 들어요.”

Q.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

“정말 많은 팬들이 기억이 나요. 고등학교 때 관객으로 오던 팬들이 이제는 결혼도 하고 아이 엄마가 돼서 10주년 콘서트에 와요. 팬들이 결혼할 때 축가를 자주 해주는 편인데 그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응원해준 8년 가까이 된 팬도 정말 고맙고 많이 의지하죠.”

Q.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원영 배우는 부친이 중견 배우 정승호 씨, 이모가 나문희 씨다. 쟁쟁한 배우 가족이다.

"같은 직업을 가진 아버지께서 잘 칭찬 해주시지 않았었는데, 처음으로 공연을 보시고 ‘너 이제 진짜 잘하더라’라고 하셨을 때 정말 기뻤어요. 가장 이상적인 관객에게 칭찬을 받은 느낌이었어요.“

Q. 남다른 감정이었을 것 같다. 가족으로서 연기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나.

“작품이나 연기에 대한 조언을 해주시진 않아요. 다만 ‘아무리 회식이 즐거워도 다음날 스케줄이 있으면 박차고 일어나라.’거나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득과 실을 생각하지 말고 먼저 좋은 사람이 되라.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기회는 찾아온다’고 해주세요. 제 동료나 친구들이 아버지와 이모를 촬영장에서 만나서 ‘저 원영이 친구예요’라고 먼저 다가가면 그렇게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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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에 빠져 있는 건 뭔가.

“볼링?(웃음) 취미로 하다가 최근에 서경수, 한지상, 박강현 등 배우들과 볼링을 치고 있어요. 누가 제일 잘치냐고요? 저요.(웃음) 가장 못 하는 사람은(웃음)? 지상이 형이고요. 점수로는 서경수예요. 다리가 너무 길어서 한번 치면 한쪽 다리가 옆 레인까지 가요. 올해나 내년 안에 아마추어 자격증을 따고 싶어요.”

Q. 볼링 외에는 최근 가장 고민하거나 관심을 두는 건 뭔가.

“10년이란 시간 동안 뮤지컬을 했고 앞으로도 공연을 떠나지는 않을 거예요. 무대 외 다른 분야에 대한 고민도 열어놓고 있어요. 공연은 2시간 동안 관객을 설득할 시간을 주지만 방송이나 영화는 짧은 시간 보는 사람들을 그 인물로 설득을 해야 하는 점이 다르거든요. 배우로서의 폭을 넓히는 게 최근 고민이자 관심이에요.”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연기가 있나?

“뭐든지 해보고 싶던 시기가 있었고, 이후에는 해보고 싶었던 연기나 배역이 있었어요. 지금은 내가 판단하기보다는, 그동안의 모습을 재탕하거나 나를 소비하지 않는 선에서 과감하게 선택해서 어떤 성취감을 느끼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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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로액터스 콘서트에서 다이어트 중이라고 하던데.

“다이어트는 9년째 하고 있어요. 다이어트를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요. 왠지 아세요? 9년 동안 한 번도 다이어트를 멈춘 적이 없었거든요.(웃음) 지금은 운동을 볼링만 하고 있느데 6월부터 헬스를 할 거예요.”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솔직하게 돌아봐라’예요. 배우가 되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나보다 잘하는 사람, 멋지고 키 큰 사람들이 계속 보이고 비교하게 돼요. 매번 느끼지만 남들을 자꾸 보게 되면 나를 작게 보게 돼요. 저의 경우에는 어떤 순간에는 자만할 정도로 나댔었어요. 그게 저를 버티는 힘이었어요. 앙상블을 하면서 한 번도 내뱉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나도 시켜주면 저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자만과 자신감 그 중간쯤이 항상 있었어요. 그런 확실이 들면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배워나가라고 하고 싶어요.”

Q. 차기작으로 ‘신과 함께’를 준비하고 있다.

“같이 하는 배우들도 정말 좋고 웹툰이 원작이다 보니까 만화로 표현되는 게 굉장히 재밌어요. ‘신과 함께’를 정말 재밌게 다 읽었어요. 죽음에 대한 간접 경험이어서 이 순간에 다 삶에 대해 감사하며 연기하게 돼요. 1막 마지막에 어머니를 먼저 죽은 것에 대한 불효에 대해서 부르는데 많이 슬퍼요.”

Q. 10년 뒤, 20주년은 어떻게 보내고 싶나?

“지금만큼만 했으면 좋겠어요. 실력 좋은 많은 후배들이 나오겠지만 지금 스스로 '잘 버텼다'고 한 것처럼 내 자신에게 인정받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현실적인 꿈을 꾼다면 20주년에는 팬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콘서트를 해서 선물을 해주고 싶어요.”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그 질문에 대해서 자주 생각해요. 기대 이상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를 캐스팅한 연출가에게는 캐스팅한 그 이유 그 이상을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저를 보러오는 관객들에게는 이만큼 기대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매력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따뜻한 햇살처럼 빛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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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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