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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20㎏ 들고 5층 계단도…택배 뛰어든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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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에 여성들도 배송 전쟁터로…"여성 택배기사라 안심" 여성고객들 선호]

머니투데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한 택배기사가 물건을 내리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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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성 A씨는 택배 업무 경력 7년차다. 경기도 안양에서 많게는 하루 수백개의 물품을 배달한다. 여성이라고 해서 남성보다 배달을 덜 하거나 가벼운 걸 들진 않는다. 무게 20㎏의 물건을 들고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5층까지 걸어 올라갈 때도 있다. 몸이 아플 때도 있고, 가족들 걱정에 배송일을 숨기기도 했지만 생계를 위해 일을 포기할 순 없다.

전업으로 택배기사를 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모바일·온라인쇼핑 확산으로 택배 기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경기 불황 속에 경력단절여성의 구직 등이 맞물리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이 여성택배기사를 고용하고 있다.

◇생계 위해 배송 전쟁…"자리 없어서 못구해"



각 가정에 물품을 배달하는 상하차 업무는 고된 업무 특성상 남성 택배기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택배기사의 75%는 주 70시간(근로기준법에 지정된 근로시간은 40시간) 이상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다. 이들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28분에 불과하고 점심을 제대로 먹을 장소나 시간이 없는 등 휴식 환경도 열악하다.

건장한 남성에게도 버거운 택배업무에 뛰어든 이유로 여성들은 △생계를 위해 △택배업무를 하는 남편을 돕기 위해 △단기근무가 가능해서 등을 꼽았다.

이들은 대개 건당 700~800원 정도 받고 하루 100건에서 많게는 300건을 배달한다. 당일 바로 돈을 받을 수 있고 하루 단기로 일할 수 있어서 젊은 여성들도 택배 아르바이트에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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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인구직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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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여대생 B씨는 “상하차 배달을 하면 온몸에 피멍이 들고 다음날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시지만 하루만 일해도 10만원정도 바로 벌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아르바이트한다”고 말했다. 여성택배기사 단기아르바이트 구인공고가 올라오면 이마저도 자리가 빨리 차 못구하는 여성들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택배기사의 증가 원인으로 “예전에는 성별에 따라 직종이 분리됐지만 일자리 불안, 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가계 소득이 불안정하다보니 가사에 전념했던 여성들도 남성들의 영역이던 운수·물류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택배기사라 안심"…혼자사는 여성고객 만족도↑

낯선 사람의 방문을 꺼리는 1인 여성 가구가 늘면서 여성택배 기사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인터넷 쇼핑을 즐겨하는 C씨는 “작년에 택배기사가 혼자 사는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기사를 본 이후로 항상 택배는 집 앞에 놔두고 가달라고 했는데 얼마 전 여성택배기사가 방문해 깜짝 놀라면서도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여성 고객을 위해 자체적으로 여성택배기사 배송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20여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드림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여성택배기사가 직접 물품을 배송하니 안심되고 편하다는 호평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여성택배기사 A씨는 "솔직히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바쁜 데다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니다 보니 육체적으로 힘들다"며 "하지만 특히 여성고객들이 좋아하고, 고생이 많다며 따뜻한 말을 건넬 때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슈팀 윤기쁨 기자 yunkp81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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