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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中 ‘샤오펀훙’의 맹목적 애국주의… 자국 비판땐 ‘온라인 몰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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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교육 영향받은 젊은층, 대부분 18∼24세… 여성이 83%

“중국에 대해 나쁜말 하는 건 잘못”… 해외서 조국 비판하면 배신자 취급

“나는 애국적이라는 칭찬도 애국적이지 않다는 비난도 모두 거부한다. 애국주의는 의미 없는 논쟁을 유발하거나 실제 일어나는 진짜 사건들을 얼버무리게 만드는 꼬리표일 뿐이다.”

중국 여성 알렉스 스 씨는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문에서 요사이 중국 내에서 열병처럼 유행하는 맹목적 애국주의 현상을 이렇게 꼬집었다. 중국 베이징(北京) 출신인 그는 미국 뉴욕에서 5년째 살며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가 글을 기고한 건 일주일 전인 21일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이다. 중국 유학생 양수핑 씨는 메릴랜드 주립대 학위수여식 연설에서 중국의 대기오염을 지적한 뒤 “미국에서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 사회적 문제를 자유롭게 말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칭찬했다가 “조국을 욕보였다”는 이유로 중국 누리꾼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심지어 중국 외교부까지 그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그는 인터넷에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SCMP는 28일 “이번 사례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의 관객에게는 충격적인 사이버 왕따 사건이었다”며 “이제 중국에서 맹목적 애국주의는 새롭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스 씨 역시 “애국심의 순수한 뜻을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SCMP의 보도처럼 80만 명에 이르는 중국의 해외 유학생들은 중국과 서방이라는 두 세계 사이에 끼여 있다. 이들은 인권 침해나 언론의 자유 제한 등 서방이 비판하는 중국의 문제를 인정할지 아니면 맞설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 노터데임대 인류학자 수전 블룸은 “중국인들은 양수핑을 가족의 문제를 바깥에 얘기한 배신자로 여기고 그를 징계했다”고 말했다. 워싱턴대에 재학 중인 중국 여학생은 “중국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중국에 대해 나쁜 말을 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SCMP는 맹목적 애국주의를 분출하는 대표적 누리꾼 집단으로 ‘샤오펀훙(小粉紅)’을 꼽았다. 작은 분홍색이라는 뜻의 샤오펀훙은 애국적 광신을 보이는 젊은이들을 뜻한다. 베이징대와 사회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이들 ‘키보드 워리어’(공격적 성향의 누리꾼)는 83%가 여성이고 대부분이 18∼24세다. SCMP는 한국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들었을 때 집단 린치를 한 것도 이들이라고 했다. 정치보다 연예 뉴스에 관심이 많지만 조국을 비판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남녀 가리지 않고 사회 이슈에 대한 불만이 강한 젊은이들은 ‘펀칭(憤靑)’이라고 부른다. 화난 젊은이들이라는 뜻이지만 그들의 분노는 주로 맹목적 애국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중국이 20여 년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민족주의 교육을 강화하면서 젊은이들의 맹목적 애국주의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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