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정원 개혁은 말처럼 쉽지 않다. 국가 기밀을 다루고 보안을 요하는 조직 특성상 기본적으로 외부 감시와 견제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국정원 개혁은 늘 셀프로 이뤄지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정원은 요원들의 정부·공공기관 출입을 금지하고 관련 조직을 폐지·축소하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게다가 서훈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발언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과 다소 배치되는 내용이 있어 정부의 국정원 개혁이 벌써부터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문 대통령 공약과 관련해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가 물리적으로 구분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수사기능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에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력이 약화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서 후보자 말대로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가 무 자르듯 구분되지 않고, 대공 방첩 수사에 국정원이 전문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와 수사기능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시민들이 이를 지지한 이유는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차단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원 개혁 공약이 후퇴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국정원이 살고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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