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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쿠슈너, 러시아에 비밀 채널 제의"… 백악관 핵심에 수사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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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P, 정보기관 인용해 폭로

"러 통신장비 이용해 연락하자" 쿠슈너가 러시아 대사에게 제안

푸틴친구 러 국영은행장도 접촉

- 쿠슈너, 낙마한 플린 전철 밟나

접촉 숨겼으나 당국 감청에 걸려

민주당 "즉각 해임해야" 공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러시아 측과 비밀 대화 채널을 구축하려고 시도했고, 이를 FBI(연방수사국)가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의 내통 의혹 수사가 백악관 심장부를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 시각)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쿠슈너가 대선 이후인 지난해 12월 초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만났고, 이때 쿠슈너가 트럼프 인수위와 러시아 정부 간 비밀 대화 채널 구축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쿠슈너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통신 장비를 이용해 (트럼프 측과 러시아 간에) 연락을 하자"는 방안을 키슬랴크 대사에게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드러내 놓고 러시아와 만나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제3국에서 만나자"고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키슬랴크 대사가 모스크바에 쿠슈너 면담 내용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보기관에 감청됐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중순 익명의 편지로도 WP에 제보됐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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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쿠슈너는 키슬랴크 대사의 부탁을 받고 경영난에 허덕이던 러시아 국영 은행 브네시코놈뱅크(VEB)의 세르게이 고르코프 은행장을 만나기도 했다. VEB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은행이다. NBC는 27일 "고르코프 은행장은 미 정보기관이 '푸틴의 친구(crony)'로 지목한 인물"이라며 "고르코프도 (푸틴 대통령처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쿠슈너 선임고문의 러시아 대사 접촉은 이미 지난 3월 백악관이 공개한 내용이다. 당시 백악관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만남"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WP 보도를 접한 전·현직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쿠슈너의 비밀 채널 구축 의혹을 '간첩 행위'에 맞먹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을 지낸 존 맥라클란은 "이 사건을 과장해서 말하고 싶진 않지만 만약 미 정보기관 관계자가 이런 행위를 했다면, 우리는 이를 '간첩 행위'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안보국(NSA) 변호사로 일했던 수전 헤네시는 "쿠슈너가 계속 백악관에 머무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 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수사가 쿠슈너로 옮겨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쿠슈너는 트럼프의 맏사위일 뿐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백악관 최고 실세이기 때문이다.

쿠슈너 관련 의혹 전개 과정이 플린 전 보좌관 낙마 때와 비슷해지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불길한 대목이다. 플린 전 보좌관은 키슬랴크 러시아 대사와 통화한 내용이 정보기관에 감청돼 낙마했다. 쿠슈너 선임고문도 이번에 정보기관에 감청된 정보가 공개되면서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됐다. 지난해 12월 쿠슈너가 키슬랴크 대사를 만날 때도 플린 전 보좌관이 같이 있었다. 여기에 쿠슈너는 백악관 비밀 취급 인가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키슬랴크 대사를 만난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플린 전 보좌관도 러시아 측과의 접촉 사실을 알리지 않았었다.

야당인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이날 "트럼프는 쿠슈너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며 "키슬랴크 대사와의 만남을 보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쿠슈너의 러시아 대사 접촉과 비밀 채널 개설 논의를) 승인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긴급 진화에 나섰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여러 국가와 비밀 채널 통로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번 보도가) 별로 우려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특검 사무실을 마련하고 대변인을 임명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6일 보도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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