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두테르테, 계엄군에 “3명까지 강간해도 좋다” 일파만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반군 소탕

“부적절 농담” 안팎 맹비난

“3명까지 강간해도 괜찮다. 내가 저질렀다고 하겠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막말’에는 한계가 없다. 지난 26일 계엄령이 선포된 남부 민다나오를 방문한 두테르테는 정부군 병사들에게 성폭행을 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그가 농담처럼 한 말이라 해명했지만, 용납될 수 없는 발언이다.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민다나오에서는 최근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 ‘마우테’와 정부군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28일까지 정부군과 경찰, 반군 전투원 등 최소 64명이 숨졌다. 두테르테는 지난 23일 마우테를 소탕하겠다면서 섬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는 26일 북민다나오주(州) 주도 일리간을 방문해 반군 소탕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을 격려하면서 “결과와 파장은 내가 책임질 테니 임무에 충실하라”고 말했다. ‘강간해도 좋다’는 발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마우테는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극단주의 조직 ‘모로이슬람해방전선’에서 떨어져나온 분파다. 시리아에 갔다가 돌아온 민다나오 라나오 출신의 형제 오마르 마우테, 압둘라 마우테가 이끌고 있다. ‘라나오 IS’라고도 불린다. 모로반군과 마찬가지로 민간인과 정부시설을 공격하고, 외국인들을 납치해 몸값 장사를 한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소탕작전과 반군의 반격은 민간인 피해로 귀결되곤 했으며, 이번에도 그럴 우려가 크다. 현지 언론 GMA뉴스는 27~28일 이틀 동안 민간인 시신 16구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계엄령을 앞세운 정부군의 가혹행위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두테르테는 “누구든 체포할 수 있고, 어떤 집이든 수색할 수 있다”면서 병사들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와 필리핀 여성단체, 여성 정치인들은 “누구도 성폭행을 농담거리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두테르테의 발언을 비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