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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바둑 최강 5명 뭉쳤지만 알파고에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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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바둑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5인 결사대'마저 알파고에게 무릎을 꿇었다.

저우루이양(26)을 대표로 한 천야오예(28), 미위팅(21), 스웨(16), 탕웨이싱(24) 등 9단 기사 5명은 26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 상담기에서 서로 상의하면서 단체로 알파고와 겨뤘지만 254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세계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5명의 최정상급 중국 기사들은 인간 바둑을 지키려는 '바둑판 독수리 5형제'나 다름없었다. 이미 인간 바둑 최강이라는 커제 9단이 2연패로 몰린 가운데 5명의 바둑 결사대는 모형 바둑판을 두고 최적의 수를 협의해 나가며 알파고에 맞섰다. 서로 머리를 맞댈 수 있고 긴장감과 부담감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혹시 알파고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날 중국팀은 5명이 최적의 수를 토의한 뒤 저우루이양 9단이 대표로 착수하는 방식으로 대국에 나섰다.

대국 초반만 해도 5명은 다음 수를 서로 상의하면서 한결 여유롭고 편안한 표정으로 알파고의 수에 대응했다. 하지만 "혼자 두는 것이나 별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이세돌 9단의 예측처럼 바둑판은 알파고가 유리한 쪽으로 흘러갔다.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30분에 1분 초읽기 3회씩으로 '커제-알파고 대결'보다 30분이 적었다. 인간 대표들이 상의할 시간이 적다는 점에서는 불리할 수 있었다.

이날 알파고의 수는 인정사정없었다. 인간 바둑 대표 5명이 이곳저곳에서 싸움을 걸면서 알파고를 흔들어 봤지만 오히려 흔들린 것은 인간 대표들이었다.

후반에 중국팀은 거의 포기한 모습이었다. 커제 9단과의 첫 국에서는 끝내기 때 약간 알파고가 손해보는 느낌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우위가 결정되자 알파고는 인정사정없는 수를 몰아쳤다. 끝내기는 거의 신산이나 다름없었다. 빈틈이 없었고 인공지능답게 계산도 철저했다. 제한시간을 다 쓰고 초읽기에 몰린 중국팀은 착수자를 탕웨이싱 9단으로 교체해 끝내기에 집중했으나 알파고의 완벽한 마무리에 빈틈을 발견하지 못하고 결국 돌을 던졌다.

앞서 열린 페어바둑에서는 '롄샤오 8단+알파고' 팀이 '구리 9단+알파고' 팀에 22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2인1조 페어바둑은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상대편과 싸우는 바둑 방식이다. 이번 페어바둑에서는 인간과 알파고가 번갈아 수를 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대결은 27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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