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비즈人워치]'수조원대' 용산 땅을 파는 사나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동섭 LH 미군기지사업본부 사업기획부장 "유엔사 고가매각 목표 아냐..도시재생 앵커되길" "소외된 용산 동쪽 활성화 이끌 프로젝트 기대" [비즈니스워치] 윤도진 기자 spoon504@bizwatch.co.kr

서울 강남에서 반포대교를 넘어 이태원을 향해 녹사평대로를 지나다보면 길 오른편 용산구청 아래 나무와 수풀로 우거진 땅이 나온다. 시쳇말로 '핫(hot)'하다는 이태원에 어찌 빈 땅이 다 있나 싶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곳이다.



남산 자락 비탈에 있지만 축구장(7350㎡안팎) 6개가 넉넉히 들어갈 만한 면적(4만4935㎡)의 이 땅은 이번에 최소 8031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값에 입찰에 올려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각에 나선 용산 유엔사령부 부지다. 한남뉴타운과 용산공원 사이에 대규모 주상복합 단지를 지을 수 있는 이 땅을 두고 일각에서는 낙찰가가 1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비즈니스워치

비즈니스워치

▲ 캐피탈호텔에서 본 유엔사 부지. 가건물 뒤쪽 매각부지 옆으로 청화아파트가 서 있다./윤도진 기자 spoon504@


하지만 김 부장은 "그렇기 때문에 민간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더욱 필요하고, 또 그로 인해 부가가치가 더 극대화될 수 있는 땅"이라며 "입지가 워낙 빼어나기 때문에 LH가 직접 건설사업까지 맡아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민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게 이 부지 개발사업 자체뿐 아니라 주변을 활성화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사 부지는 용적률 600%, 건폐율 60%를 적용받는다. 주거와 상업, 업무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주상복합 타운을 조성할 수 있는데, 아파트는 전용면적 85㎡ 초과 규모로 최대 780가구를 지을 수 있다. 비슷한 입지의 '한남더힐' 등 고급 주택단지 시세를 감안할 때 3.3㎡당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4000만~4500만원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부지 바로 옆에는 준공한 지 25년된 청화아파트가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는 이 아파트 전용 105㎡가 올 초까지 8억5000만원 안팎에 거래되다가 지난 4월 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시세는 9억5000만원선, 3.3㎡당 가격(공급면적 기준)으로 2700만원선이다. 유엔사 부지의 대대적 개발이 주변에도 호재가 된 셈이다



LH는 유엔사 부지와 한강대로변 '캠프킴', 유엔사 남쪽 '수송사' 부지를 팔아 미군부지 이전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김 부장은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라 우선 LH가 미군 평택기지를 건설해 이전할 곳을 마련해 주고, 유엔사 캠프킴 수송부 등 산재부지를 팔아 비용을 충당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LH가 미군기지 이전에 들이는 돈은 4조원대로 추정된다. 세 부지를 그 이상 가격에 팔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김 부장은 "캠프킴과 수송부는 아직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땅이어서 기지 이전이 늦어지고 있다"며 "캠프킴의 경우 입지규제를 완화한 뒤 국방부로부터 2019년께 땅을 넘겨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송부는 그 이후다.



비즈니스워치



문재인 정부 들어 LH도 더욱 바빠졌다. 최근 LH는 도시재생 등 새 정부 핵심 부동산 공약인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5년간 50조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위해 기존 '행복주택본부'를 '도시재생본부'로 개편하고 '도시재생계획처'와 '도시정비사업처'의 직제 순위를 상향했다.



김 부장이 몸담고 있는 미군기지사업본부도 도시재생과 무관하지 않다. 민간이라면 단순히 비싸게 땅을 팔아 회사에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게 일이겠지만 공공기관인 LH이다 보니 목표가 남다르다. 이 부지를 차질없이 매각해야 도시재생의 '허파' 역할을 할 용산공원 조성이 순탄하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땅을 비싼 가격에 파는 것보다 서울 복판에 더욱 가치있는 공간이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창의적인 민간 기업들이 서울 복판에 새로운 글로벌 교류공간을 만드는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지길 기대한다"며 말을 맺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