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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week&] ‘첨밀밀’ 애잔한 연인처럼, 나도 그 거리를 느릿~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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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색다른 풍경 ‘올드타운 센트럴’

지난해 도보관광코스로 개발

근대와 영국 식민시대 시작점

모던한 카페 옆골목엔 낡은 딤섬집

과거·현재, 동·서양이 어우러진 곳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올드타운 센트럴에서 새로운 홍콩을 발견했다. 이토록 매력적인 홍콩을.

홍콩 올드타운 센트럴은 홍콩섬 셩완과 센트럴 지역을 아우르는 명칭이다. 이 인근이 홍콩 역사와 최신 트렌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높아지자 홍콩관광청이 아예 2016년 11월부터 ‘올드타운 센트럴’이란 이름을 붙여 도보 관광 코스로 개발했다.

이곳은 근대 홍콩 역사가 시작된 곳인 동시에 156년간의 영국 식민 시대가 시작된 장소다. 아편전쟁 후 청나라와 영국 사이에 체결한 난징조약(1842)으로 홍콩 섬은 영국 지배하에 들어갔다. 앞서 영국군은 1841년 이 지역을 시작으로 홍콩을 점령해 나갔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홍콩과 영국, 두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색깔을 가진다.

지난 4월 14일 셩완과 센트럴 지역에 걸쳐 길게 뻗어 있는 도로인 할리우드 로드에서부터 올드타운 센트럴 관광을 시작했다. 할리우드 로드는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도로로 1990년대 말 인기를 끈 영화 ‘첨밀밀’에서 주인공 리밍(黎明)과 장만위(張曼玉)가 걷던 거리다. 이름만으로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따왔나 싶지만 현지 가이드인 오드리 입은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홀리트리(감탕나무)가 과거에 많이 심어져 있어 붙은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홀리트리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참, 미국 할리우드 역시 홀리트리에서 따온 이름이란다.

할리우드 로드는 세련된 레스토랑과 바, 패션 매장 등이 모인 소호(South of Hollywood)와 최근 홍콩 젊은 층 사이에서 뜬다는 노호(North of Hollywood)·포호 지역을 관통한다. 도로 남쪽이 소호, 북쪽이 노호, 서쪽 끝 오래된 주택가 포힝퐁(Po Hing Fong) 인근이 포호다. 할리우드 로드를 따라 세 지역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성인 여성 걸음으로도 30~40분 정도면 충분하다.

거리는 발걸음을 뗄 때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뉴욕 소호 거리에서나 볼 듯한 세련된 인테리어의 카페를 조금 지나가면 옆 골목 어귀엔 세월을 짐작하게 하는 낡은 간판의 딤섬집이 나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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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올드타운 센트럴 길가에 그려져 있는 벽화.[사진 홍콩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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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의 모습으로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벽화는 이 지역에 크고 작은 갤러리가 생겨나면서 함께 이주한 젊은 아티스트들이 그린 것이다. 공들여 그린 그림들은 옛 건물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지역을 관광 명소로 만드는 데 할리우드 로드를 따라 톡톡히 한몫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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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홍콩 노역자들이 언덕 위 주택가로 영국 관료들의 짐을 나르던 ‘포팅거 스트리트’ 계단.[사진 홍콩관광청]


역사적으로는 영국군이 처음 점령 깃발을 꽂았다는 할리우드 공원과 지금은 박물관이 된 옛 경찰청 건물, 홍콩 노역자들이 영국 관료들 짐을 나르기 위해 다녔다는 계단이 있는 포팅거 스트리트,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만모사원까지 두루 볼 수 있다. 오드리는 “모두 홍콩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곳이지만 그중에도 특히 포팅거 스트리트 계단은 특별하다”고 알려줬다. 영국군이 처음 들어왔을 당시 언덕 위 주택가로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던 곳이라서다. 최근 낡은 거리를 현대식으로 재정비하고 있지만 이곳만은 당시 노역자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작고 울퉁불퉁한 옛 모습 그대로 놔두고 있다.

소호 지역에 있는 PMQ(Police Married Quarters)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1951년 지어진 경찰 기숙사를 2014년 신진 디자이너의 매장과 스튜디오·레스토랑 등이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이후 젊은이들이 찾는 이 지역의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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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거리 ‘캣 스트리트’. [사진 홍콩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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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거리로 유명한 캣 스트리트(어퍼 라스카 로) 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식 아트 갤러리들을 지나 만모사원 쪽 메인 도로 안쪽에 있는 좁은 거리인데, 과거 장물을 팔던 곳이 세월이 흐르면서 그리 비싸지 않은 값에 옛 물건을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골동품점이 많던 시절의 인사동과 비슷한 느낌이다. 불상·중국 여인의 전족 같은 역사가 느껴지는 오래된 물건부터 마오쩌둥 배지나 오래돼 칠이 다 벗겨진 시계처럼 ‘이런 것도 팔릴까’ 싶은 다양한 물건들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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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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