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나는 나답게 살고 싶을 뿐인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여성으로 자라난다는 건 뭘까

소녀들을 위한 페미니즘 입문서


한겨레

나에 관한 연구
안나 회글룬드 글·그림, 이유진 옮김/우리학교·1만3000원


스웨덴 작가 안나 회글룬드가 쓰고 그린 <나에 관한 연구>는 14살 소녀가 여성으로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아동에서 성인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있는 청소년기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시기 머릿속에서 얼마나 많은 질문이 솟아오르고, 마음속 폭풍은 또 얼마나 거센지.

이 책의 주인공 로사도 일상에서 질문을 멈출 수 없다. 다른 친구들은 월경을 시작했는데, 아직 월경 시작 전인 로사는 자신의 몸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한다. ‘저 작은 구멍에서 어떻게 아기가 나오는 거지?’ ‘파티마는 월경을 왜 부끄럽게 여기지? 나는 아직도 월경을 안 하는 내가 부끄러운데….’

몸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로사의 탐구의식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억압으로까지 사고가 확장된다. 로사는 몸에 딱 붙는 배꼽티를 입고 굽 높은 부츠를 신으면 심장이 쫄깃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어느새 자신의 몸이 자신의 몸이 아닌 것처럼 불편하다. 이상한 아저씨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기 때문이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뿐 아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밤에 혼자 공원을 가고 싶어도 못 가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 얼굴이 예쁘면 ‘백치 미녀’라고 하고, 넝마조각 같은 치마를 입고 외모에 신경쓰지 않으면 괴상망측한 아이 취급을 당한다. 불편하지만 풍성한 가슴을 위해 많은 여성이 ‘뽕브라’를 한다. 남자애들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실수라고 하면 대충 넘어가는데, 여자아이들이 잘못할 땐 죄다 약해 빠진 것과 연결시킨다.

자신보다 먼저 삶을 산 언니나 부모가 보여주는 어른의 삶도 이해 불가인 것은 마찬가지다. 언니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주체적이지 못하다. 엄마는 일과 가사에 지쳐 미치기 일보 직전인데, 아빠는 자기 팬티가 어디 있느냐고 엄마에게 묻는다.

이 작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책 박람회인 볼로냐 도서전에서 지난해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스’(SPECIAL MENTIONS)를 수상했다. 스웨덴의 주요 일간지는 이 작품에 대해 “시적이고, 아름답고, 철학적이다!”라고 환호했다.

사춘기 여자아이가 겪는 심리적 변화를 세밀화처럼 잘 그린데다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질문들을 잘 짚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사춘기를 통과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은 부모나 교사, 페미니즘에 대한 입문서를 찾는 이들에게 두루 도움이 되겠다. 12살 이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 페이스북] [카카오톡] [위코노미] [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