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에 이어 상급 검찰청인 서울고검도 ‘미인도’가 고(故)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천 화백 유족과 변호인들은 이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기로 했다.
서울고검은 24일 천 화백 유족 측이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무혐의 처분에 불복해 낸 항고를 기각했다. 검찰은 천 화백 유족 측에 보낸 항고사건 처분 통지서에서 “세밀한 검토 결과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 처분은 적법하다”며 “항고 이유가 없는 만큼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천 화백은 생전에 ‘미인도’에 대해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 누군가 위작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인도’를 소장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천 화백의 작품이 맞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 뉴욕에서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던 천 화백이 2015년 8월 91세를 일기로 타계한 뒤 논란은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천 화백 유족이 지난해 4월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이 사건을 약 8개월 동안 수사한 뒤 지난해 12월 ‘미인도’는 천 화백이 직접 그린 진품이 맞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마리 관장 등 고소를 당한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전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서울고검도 이 처분을 그대로 수용했다.
천 화백 유족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기로 함에 따라 ‘미인도’ 논란은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재정신청이란 고소·고발사건에서 검찰이 내린 불기소 결정에 불복하는 절차 중 하나다. 재정신청이 접수되면 지방법원보다 상급법원인 고등법원 재판부가 사건을 검토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기소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고법은 검찰에 기소 명령을 내리며 이 경우 검찰은 의무적으로 기소하고 공소유지도 해야 한다.
배금자 변호사 등 천 화백 유족 변호인들은 “통지서에 단 한 줄 ‘항고를 기각한다’는 취지만 기재되어 있을 뿐 판단의 이유가 설명되어 있지 않아 놀라고 실망스러웠다”며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판단 이유를 아무 것도 기재하지 않은 것은 무성의하게 처리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안을 검찰의 직무태만과 직권남용으로 간주해 국회 국정조사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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