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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각성' 말고, '꿀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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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하루평균 수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OECD가 발표한 국가별 하루평균 수면시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7시간 49분(469분)으로 나타났다.

국민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한국인은 2010년 28만명에서 2011년 30만명을 돌파했고, 2015년에는 45만명으로 급증했다. 잠을 적게 자는데다가, 그마저도 푹 잠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꿀잠'에의 욕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각종 '에너지 음료'로 깨어있고자 했던 우리는 이제 푹 잘 자기를 희망한다. 요즘 우리를 '꿀잠'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것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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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반 이후 각성 효과가 있는 에너지 드링크가 큰 인기를 얻으며 '레드불' '핫식스' '몬스터' 등 다양한 각성 효과 음료가 쏟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시면 몸이 이완되고 잠을 푹 자는 데 도움을 준다는 '릴렉스 음료'(Relaxation Drink)가 쏟아지면서 국내 음료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2014년 캐나다에서 수입해 들어온 음료 '슬로우 카우'가 소셜미디어상에서 화제를 모았고, '노아 릴렉스 드링크'(스웨덴), '굿나이트'(오스트리아) 등 수입 제품도 국내에 선을 보였다. CJ제일제당은 2015년 밀크파우더 포 형태의 숙면 보조 식품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휴식·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롯데칠성음료의 '스위트 슬립'이 처음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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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을 도와주는 릴렉스 음료./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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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드링크가 쇠락하고 숙면 음료가 뜨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에너지 드링크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고 판매 규제도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 조사업체 'IBIS 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릴렉스 음료 시장 규모는 2억1800만달러(약 2433억원) 수준이다. 2011년 7200만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성장률 24.7%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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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용 안대나 향기 입욕제 등 숙면을 돕는 보조 용품들도 인기다. 안대처럼 얼굴에 쓰면 온열이 나 눈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쉽게 잠들게 해주는 '아이 마스크'도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코골이 방지 밴드인 '숙면 코밴드'도 있다. 플라스틱 밴드가 콧등을 살짝 잡아당기면서 비강(鼻腔)을 넓힌다는 원리다.

CJ올리브영에서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수면용 안대, 입욕제, 건강 보조 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늘었다. '아이 마스크'의 경우 12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1% 상승했다. 이같은 흐름에 올리브영은 1월 올리브영 명동 본점과 부산 광복점 두 곳에 수면 관련 제품 10여 종으로 구성된 '굿나잇 존'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향후 해당 코너를 대형 매장 위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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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울 명동에 있는 생활용품 전문점 올리브영 내에 마련된 '굿나잇 존'에 배치되어 있는 '아이 마스크'.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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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에서도 관련 제품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G마켓에 따르면 수면안대와 아이마스크 제품의 올해 3월 판매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2% 신장했다. '숙면 코밴드' 제품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11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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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을 돕는 침대와 침구도 인기다. 한의학적으로 비뚤어진 경추 및 척추를 바로잡는 치료법인 '추나요법'을 베개에 접목해 수면 중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뒤척임에도 어깨와 목이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기능성 맞춤 베개도 등장했다.

숙면을 위해 '따로 또 같이' 자는 부부를 겨냥해 한샘, 일룸, 까사미아 등 국내 가구 회사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분리형 전동침대'를 앞다퉈 선보였다. 두 사람이 자는 침대 매트리스가 1인용 2개로 분리되고, 각각의 매트리스는 병원 침대처럼 상체나 하체 쪽을 기울여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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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마 매트리스와 베개는 수면 시 경추와 척추를 편안한 상태로 유지시키고 뛰어난 체압 분산력으로 혈액순환과 숙면에 도움 준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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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침구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가(高價)의 침대 매장이 속속 한국에 문을 열었고 구매 고객도 은밀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스웨덴의 '해스텐스', 영국 '사보이어', '바이스프링'처럼 수천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침대가 국내 백화점에 들어오거나 단독 매장을 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연 '숙면용품 특집전'에서 근육 이완에 좋다는 티타늄 소재 숙면 베개와 극세사 침구로만 한 달 매출 6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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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에 대한 욕구는 낮잠으로까지 번졌다. 최근 서울 도심엔 수면 카페가 50곳 정도 생겼다. 서울 계동에 있는 카페 '낮잠', 역삼동에 있는 '쉼스토리' 같은 곳이 유명하다. 5000~6000원 정도의 음료 값을 지불하고 침대나 해먹, 안마 의자 같은 곳에서 오수(午睡)를 즐기는 손님이 많다. 이런 카페에서는 새 소리를 틀거나 선선하게 바람이 통하도록 해 잠이 잘 오게끔 해주기도 한다.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과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주요 고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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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CGV 여의도점이 낮시간 인근 직장인들의 낮잠을 위해 개방한 영화관.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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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몰려 있는 CGV 여의도점은 최근 평일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시에스타'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입장료 1만원을 내면 영화를 보는 대신 리클라이너에 누워 잠을 잘 수 있다. 음료수와 안대, 슬리퍼, 귀마개, 담요 등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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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올 때 수면 유도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도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상 소음'을 뜻하는데, 불면에 효과가 있다며 입소문을 탔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개념은 아니지만, '음성 자극으로 심신 안정을 유도한다'는 것이 골자다.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끌다가 재작년 한국에 상륙해 현재 유튜브를 중심으로 영상 540만개가 유통되고 있다. ASMR은 일상에서 편안함을 주었던 소리를 발굴해 재연(再演)한다. 한밤중 연인에게 귓속말하듯 소곤소곤 전달하는 것이 특징. 29만명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DANA ASMR'의 인기 영상은 '먹는 소리'다. 마이크 가까이 입을 대고 쫄깃한 젤리나 부드러운 마시멜로, 바삭한 크래커를 씹는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파핑캔디 소리 영상엔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는 댓글이 유독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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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소음으로 숙면에 도움을 주는 '백색소음'도 '꿀잠' 아이템이다. 소음은 불쾌감을 주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백색소음은 집중력을 높이고 마음에 안정을 준다. 백색소음의 종류로는 파도소리, 바람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카페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등이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옥션에서도 적당한 소음으로 숙면에 도움을 주는 백색소음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0% 가까이 뛰었다. 백색소음 애플리케이션도 출시돼 불면증을 해소하거나 집중력이 필요할 때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심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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