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들 엇갈린 운명
노 전 대통령은 부활했다. 추도식은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정권교체’를 헌사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지면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지는 분위기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은 축제 분위기였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뭔가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는 느낌”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문 대통령의) 어깨를 토닥토닥해 주시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추도식에서 낭독한 헌시 ‘운명’에서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라고 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로 피고인석에 앉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치욕을 경험했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서 내린 뒤 재판정에 출석했으며, 재판부로부터 “박근혜 피고인”으로 불렸다.
그나마 박 전 대통령을 떠받쳤던 자유한국당도 입을 닫았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고, 친박근혜계 의원들도 법원이나 구치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직 대통령이 탄핵당해 구속되고, 재판을 받는 것 자체가 우리 헌정의 불행이고 재현되지 않아야 할 비극”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처지도 편치 않다. 자신이 밀어붙인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문 대통령이 지시했기 때문이다. 방위산업 비리 의혹, 자원외교 등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대대적 청산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임 시절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았다고 비판받았던 이 전 대통령이 반대 처지가 됐다는 말도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도중에 불행한 일을 겪지 않았나. 그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엇갈린 처지를 두고,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음미한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역사가 참 짓궂다”고 했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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