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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박근혜 첫 재판]박 “변호인 입장과 같다” 한마디…최순실에게 눈길 한번 안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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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는 수용번호 ‘503’ 배지…머리핀으로 ‘약식 올림머리’

직업 ‘전직 대통령’ 아닌 “무직”…주소, 내곡동 아닌 “삼성동”

3시간 내내 정면만 응시…“국민참여재판은 원하지 않는다”

경향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첫 공판에 최순실씨(오른쪽)와 함께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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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피고인들은 나와서 자리에 앉으라”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 김세윤 부장판사(재판장)의 말에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핀으로 엉성하지만 특유의 올림머리를 한 채 짙은 남색 정장을 입은 박 전 대통령은 여성 교도관의 인솔 아래 입정했다. 왼쪽 가슴 위에 부착된 흰색 배지에는 수용번호 ‘503’이 검은 글씨로 선명했다. 배지 상단에 붉은색으로 적힌 ‘나대블츠’라는 글씨는 박 전 대통령의 ‘대기업 직권남용 뇌물(대)’, ‘블랙리스트(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츠)’ 혐의를 나타내는 공범부호다.

박 전 대통령은 기립해 대기하던 변호인단에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피고인석 맨 앞줄에 앉았다. 이어 반대편에 앉아 있는 검찰 측에 목례했다.

1분여 뒤 연한 베이지색 재킷을 입은 최순실씨(61)가 들어왔다. ‘40년 지기’와의 조우였지만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검찰 쪽 정면만 응시했다. 최씨 역시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정면만 보고 걸어가 피고인석에 앉았다.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피고인들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아닌 ‘무직’이라고 말했다. 주소는 새로 이사 간 ‘내곡동’이 아닌 ‘삼성동’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나’라는 재판장의 질문에 직접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 측이 공소사실을 설명하는 모두절차는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48)과 한웅재 형사8부장(47)이 번갈아 맡았다. 45분여간 박 전 대통령의 15개 혐의에 대한 공소요지가 언급됐다. 박 전 대통령은 표정 변화 없이 정면을 응시한 채 들었다. 검찰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설명할 때 거듭 종이컵에 담긴 물을 마시는 정도였다.

이어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피고인의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삼성그룹 뇌물수수 혐의를 반박할 때 박 전 대통령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약 3~4초간 허공을 응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할 모두진술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기대와 달리 극히 간단했다. ‘피고인도 혐의를 전부 부인하나’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은 다소 처진 목소리로 “변호인 입장과 같다”고 답했다. ‘추가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고 재판부가 물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추후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재판은 오전 11시25분부터 10분간 휴정한 뒤 재개됐다. 검찰과 변호인 측이 향후 공판 절차와 일정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이자 박 전 대통령은 다소 지친 모습도 보였다.

역사적인 첫 재판은 3시간가량 진행된 뒤 오후 1시1분쯤 끝났다. 박 전 대통령은 교도관들 인솔 아래 법정을 빠져나갔다. 마지막까지도 최씨와 눈을 마주치거나 대화하는 모습은 없었다.

법정 안에는 법원 경위 15명가량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태세를 유지했다. 한 방청객이 재판 시작 전 전화를 받으려 하자 “안된다”며 강하게 제지하기도 했다. 재판 휴정과 종료 때에는 경위 여러 명이 법정 중앙으로 향하는 문 앞을 지키며 돌발사태에 대비했다.

150석 규모의 법정 좌석은 사건 관계인들과 방청객,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김규현 전 외교안보수석과 배성례 전 홍보수석, 허원제 전 정무수석 등이 피고인 측 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서 재판을 방청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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