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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성 산업 뿌리 뽑겠다는 태국 정부…시민들 "성매매는 돈 나오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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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부가 매춘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뒤 보수층에서 찬성의 목소리가 일었지만, 일각에서는 "성매매는 돈이 나오는 나무”라고 주장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세계일보

태국 남부의 관광 휴양도시 파타야의 유흥가 풍경. 밤이 되면 오색찬란한 네온사인으로 밝게 빛난다.


‘죄악의 도시’로 알려진 태국 남부의 관광 휴양도시 파타야.

파타야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병사들이 모여 유흥을 즐기는 장소라는 이미지가 지금도 강하다.

덕분에 이른바 '핑크머니'를 불러들여 이곳에서 성 산업과 관련해 종사하는 이 가운데는 현지 주민의 월평균 소득 대비 10배 넘는 돈을 버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돈벌이를 위한 아동 성 착취와 약물 남용, 범죄 조직의 활개 등으로 파타야의 이미지가 갈수록 나빠지자 보수단체 등에서는 국가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당국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실정에 이르렀다.

당국의 성매매 근절 발표에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생계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입을 모으고, "성 산업 종사자들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유엔 에이즈계획이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약 14만명이 성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파타야에만 여성 매춘부가 수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파타야에 리조트를 세워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늘면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의 인기와 수요가 높아져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이 같은 기대치의 근거로 지난해 파타야를 찾은 관광객이 약 1200만명이며, 이들 모두 성매수를 목적으로 방문한 것이 아니라는 관측을 든다.

또 현재의 나쁜 이미지는 이를 집중 조명하는 언론 보도에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매춘이 불법인 태국에서 파탸야가 지금까지 성 관련 사업을 이어올 수 있는 데에는 시민과 종사자, 단속하는 경찰 간 암묵적인 이해관계가 성립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현지의 한 경찰 간부는 “단속은 매우 형식적인 것”이라며 “단속을 나가더라도 현장에 있는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지 않았다는 가정을 하고 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파타야에서 성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로 성매매가 주민들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에서 지난 20년간 범죄를 취재한 영국의 언론인 앤드루 드러먼드는 “현지 주민은 성 관련 산업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의 묵인 없이는 지금 파타야의 성 관련 산업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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