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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일본 ‘감시사회’ 만드는 공모죄 법안 중의원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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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3일 일본 도쿄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플래카드를 든 시위자들이 조직범죄처벌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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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자민당이 ‘감시사회’논란에도 불구하고 추진중인 테러대책법안(조직범죄처벌법 개정안)이 23일 야당의 반대 속에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반대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중의원 절차를 마친 아베 정부는 향후 참의원을 거쳐 내달 18일까지인 정기국회 내 법안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민당과 공명당, 유신당 등 여권 3당은 이날 중의원 본회의에서 찬성 다수로 법안을 가결시켰다. 여당의원들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날 영국에서 발발한 테러소식을 강조했다. 법안은 조직적 범죄집단이 테러 등 중대범죄를 사전에 계획만 해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명 이상이 계획하고 적어도 1명이 자금조달 및 범행연습 등을 할 경우 범행계획에 가담한 모두를 처벌할 수 있다. 오키나와(沖繩)의 미군기지 이전이나 개헌반대 같은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 탄압용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중의원 법무위 통과 시 국회 밖에서 시민 1,500여명이 집회를 개최했고 이날도 500여명이 넘게 집결했다.

특히 유엔에서도 문제를 제기해 일본 정부와 설전을 벌였다. 조셉 카나타치 유엔 인권이사회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이 지난 18일 “범죄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277개 범죄에 테러와 관계없는 것도 포함돼 자의적으로 적용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일본정부 의견을 듣지 않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법안의 닮은꼴로 지적되는 제국주의시대 치안유지법으로 체포됐다 감옥에서 숨진 윤동주(1917~1945) 시인이 일본 진보진영에서 거론돼 주목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7월 개봉되는 윤동주 관련 한국영화 ‘동주’를 소개하며 치안유지법과 테러대책법안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1925년 제정된 치안유지법은 ‘국체’(國體ㆍ국가의 실체)를 변혁할 목적으로 결사를 조직하는 자를 처벌토록 했지만, 3년 뒤 결사목적으로 모이거나 이야기만 나눠도 처벌토록 목적수행죄 조항이 추가됐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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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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