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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트럼프 새 중동정책에 레바논·이라크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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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이란 안보 위협하면 이라크도 해로워"

레바논, 이란-사우디 진영 싸움에 말려들까 걱정

연합뉴스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압박하고 수니파 아랍 국가들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정책에 우려의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수니파 왕정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이 커져 지역 불안정이 심화하고, 역내 인권 상황 개선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시아파 다수 국가인 이라크와 기독교·시아파·수니파가 공존하는 레바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정책 변화에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라크와 레바논은 이란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참여하는 역내 파트너들이라는 점에서 반응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연설을 통해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했다. 또 레바논의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를 이란의 대리 단체라고 콕 집어 언급했다. 대조적으로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와는 동맹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이분법으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이란 포용 정책과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 중동 정책으로 가장 타격을 받게 될 국가는 레바논이라고 지적했다. 레바논에서는 친이란 민병조직인 헤즈볼라가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시리아 내전에도 개입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 정책이 수니파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가장 능숙한 파트너인 레바논 정권과 군대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레바논 정치권은 이란 진영과 사우디 진영 간 파워 싸움에 레바논이 더 깊숙이 끌려 들어가는 상황을 경계한다. 헤즈볼라를 제외한 레바논 정부 내 나머지 세력과 군(軍)은 지역 문제에서 중립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레바논 의회 기독교계 의원인 알랭 아운은 WSJ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 관계가 극적으로 악화되면 분명히 레바논도 말려들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라크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라크 의회 의원들은 이란을 맹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 이란의 안보를 위협해 결국 이라크의 안보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군은 현재 북부 도시 모술에서 미군의 지원 아래 IS 격퇴전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 의원들은 사우디 정부가 개최한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을 시아파를 겨냥한 '종파 정상회담'이라고 비난하고, 이라크 주재 사우디 대사를 소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바논과 이라크 등 역내 일부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공세적 중동 정책을 펴도록 사우디에 백지수표를 주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사우디는 역사적으로 이웃 국가의 내정에 간섭해왔으며, 예멘 내전에서도 친 이란 반군 후티를 공격하는 등 종파간 긴장을 부추긴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중동 지역 일반 시민들과 인권운동가들도 걸프 독재 왕정 국가들의 인권 문제에 간섭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걸프 국가들의 인권 문제는 오바마 전 행정부와 미국의 전통적 역내 우방들 사이에 항상 뜨거운 쟁점이었다.

사우디의 시아파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이슬람 세계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상당수 시아파 주민들에겐 정반대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수니파는 환호하겠지만, 시아파는 희생양이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bar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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