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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달콤하게 먹고 '0㎈'… 사카린, 발암물질 누명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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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린의 오해와 진실

美 FDA, 사카린의 안전성 선언

단맛, 설탕의 300배… 고감미료

조선일보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화학과 아이라 램슨(Ira Remsen) 교수 연구실에서 러시아 태생의 독일 화학자 콘스탄틴 팔베르크(Constantin Fahlberg)는 유기화학 반응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사카린을 발견했다. 팔베르크는 실험을 마치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빵을 집어 먹다가 빵이 매우 달다는 것을 알고 그 원인이 손에 묻어 있던 흰 가루 때문인 것을 알았다. 팔베르크와 램슨은 그 단맛의 원천이 톨루엔 유도체의 산화 반응에서 생성된 화합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후 '사카린'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를 발표했다.

사카린, 위험하다? 안전하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사카린은 본격적으로 공업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2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설탕 부족 현상 중 사카린이 대체제로 각광을 받으면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그런데 사카린이 발견된 지 100년이 지난 1977년 3월, 캐나다 국립보건방어연구소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사카린 실험 이후 논란에 휩싸였다. 쥐 100마리에게 고농도의 사카린을 먹였는데 그중 수컷 쥐 14마리에게서 방광암이 발생하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발암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캐나다 보건방어연구소의 실험에서 쥐에 투여한 사카린의 양은 일일섭취허용량(ADI)의 500배가 넘는 양으로, 결국 이는 비현실적이고 부적절한 실험이었다고 판명됐다. 사람으로 치면 사카린이 들어간 다이어트 음료 800캔을 매일 마신 셈이다.

199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카린은 인체에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1998년 국제암연구소(IARC)는 사카린을 발암 물질 항목에서 제외시켰다. 이후 2001년 미국 FDA도 사카린의 안전성을 선언하고 규제를 풀었다. 또한 2010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사카린을 유해 물질 항목에서 제외시켰고 2011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지 기고문을 통하여 사카린의 안전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열량 없고 물에 잘 녹아… 고온서도 단맛 유지

사실 사카린은 의외로 많은 장점과 특성을 가진 감미료이다. 설탕보다 약 300배 단 고감미료인데, 설탕과 달리 칼로리와 혈당 지수가 제로이다. 설탕은 g당 열량이 4㎉고, 혈당 지수는 70이다. 감미도를 감안하면 사카린의 가격은 설탕의 30분의 1 정도다. 물에 잘 녹을 뿐 아니라, 열에 매우 안정적이어서 250℃ 고온에서도 분해되지 않고 단맛을 유지한다.

한때 사카린이 유해 논란에 휩싸이며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자,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이 사카린의 자리를 대체했다. 그런데 설탕 대비 사카린의 감미도는 약 300배이며 아스파탐은 약 200배이다. 또한 사카린과 아스파탐은 열에 대한 안전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아스파탐은 100℃가 넘으면 분해되기 시작, 170℃에서는 대부분이 단맛을 잃는다. 그러나 사카린은 250℃의 고온에서도 안전성을 보이며 단맛을 그대로 유지한다.

사카린의 이런 특성은 김치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세계김치연구소의 연구 보고에 의하면 사카린을 넣은 김치가 설탕이나 다른 감미료를 넣은 것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나 깍두기에 설탕을 넣으면 단맛을 내지만 발효를 촉진시켜 시간이 경과하면서 신맛이 나고 물러진다. 사카린을 넣으면 다른 양념으로 인한 발효는 진행되지만 사카린 자체는 발효에 영향을 주지 않아 아삭아삭하면서 신선한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항암 효과에 스트레스 완화까지

최근에 사카린이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잇달아 발표돼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5년 3월 제249차 미국화학학회에서 플로리다 의과대학의 로버트 매케너 교수 외 6인은 사카린이 암의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9번 탄산탈수효소(Carbonic anhydrase Ⅸ)와 결합해 이 효소를 비활성화시켜 항암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사카린의 항암 효과에 관한 연구가 발표됐다. 2016년 9월 고려대학교 의생명융합과학과 연구팀도 암세포에 사카린 용액을 투여한 결과 암세포 수가 감소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카린의 농도를 높여갈수록 암세포 수가 더욱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두 연구에서 공통으로 사카린은 정상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것도 확인됐다.

또한 사카린이 스트레스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하여 발표됐다. 2016년 2월 경북보건대학교 간호학과 박종민, 경희대학교 간호과학대학 송민경 등 4인이 기초간호자연과학회지를 통해 사카린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에 의하면 구속 스트레스 실험 쥐가 사카린 섭취 시 신체 스트레스 반응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만성적인 신체 구속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을 찾게 된다. 설탕과 같은 단 음식을 과다 섭취하게 되면 체중 증가를 일으키며, 비만·대사증후군·심혈관 질환·암과 같은 사망률이 높은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사카린은 열량을 가지고 있지 않아 비만 예방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반응을 경감시킬 수 있음을 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한 것이다.

우리나라 당뇨병 인구는 잠재적 환자를 포함할 때 1000만명에 육박한다. 성인 3명 중 1명꼴로 당뇨병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청소년 비만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공 식품을 통한 설탕 섭취량은 20%를 초과해 급기야 정부에서는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과자류를 포함한 가공 식품 가격도 인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가운데 사카린이 좋은 이정표를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움말=JMC

[황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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