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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인도, 소고기 놓고 힌두교와 이슬람교 갈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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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의 인도 국교화’ 추진하는 집권 다수당(BJP)이 주도

인도 정부가 이슬람교인들을 상대로 이른바 ‘소고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슬람교 정육업자와 도축업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지난 17일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인도인민당(바라티야 자나타 당; BJP)’이 인도 정부의 집권 다수당이 되면서 이슬람교인을 축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이슬람교인의 도살장 운영을 전면 금지시켰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지난 6주 넘게 인도 북부의 우타르프라데시 주 전역의 도살장에서 소고기가 거래되지 못하고 있고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의 정육점들이 소고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인 대신에 도살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슬람교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인도의 집권 다수당인 인도인민당(BJP)이 인도 북부의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도살장 운영을 전면 금지시킴으로써 인도 전역에서 정육업에 종사하는 이슬람교인들이 지난 6주 넘게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사진은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의 한 시장 골목에서 바짝 야윈 개들이 문 닫힌 정육점 앞을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고 있는 모습. (사진=알자지라방송 홈페이지 캡처)


2억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우타르프라데시 주는 거주민의 20%가 이슬람교인으로 이미 1955년부터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일반소에 대해서는 도축을 금지해 오고 있지만 들소(버팔로)의 도축과 소비는 합법이다.

반면 대부분의 힌두교인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오히려 길거리가 더 깨끗해지고 교통이 훨씬 더 원활해졌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인도 정부는 이번 조치가 불법으로 운영되는 도살장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인도 정육 산업의 80% 이상이 미등록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이슬람교인들을 정육 산업에서 몰아내 실직자 상태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식 인가를 받은 도살장들도 면허 갱신에 예전 같으면 3일에서 1주일 걸리던 것이 최근엔 위생 검열을 이유로 지연되거나 갱신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면허 기간이 끝나서 영업을 중단하거나 오히려 불법 운영자로 전락한 곳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슬람교의 엄격한 기준(할랄)에 의해 위생적으로 도축하는 곳도 피해를 보고 있었다.

전국적으로도 인도인민당이 집권한 지역에서는 들소의 불법 도축으로 인해 우유 생산이 줄어들어 낙농 산업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이유를 대며 소고기 유통 규제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공식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일반소와 들소의 개체수가 최근 들어 오히려 증가하고 있으며 우유 생산도 2012년 이후로 17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6년 한해 들소 고기의 해외 수출은 27% 증가해 4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인도인민당이 집권한 주에서는 최근 들어 정육업에 종사하는 이슬람교인들을 상대로 한 힌두교인들의 공격으로 인해 사망자까지 나오는 등 관련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들소 가죽 등 부산물의 가공 산업에 종사하는 힌두교인들도 들소 부산물의 유통을 꺼리는 최근 지역 분위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특히 불법화된 전근대적 카스트 신분제도가 아직도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인도에서 정육업에 종사하는 이슬람교인들은 다른 대체 수입 직종으로의 전환도 어려워 이번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적 파산에 직면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현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66) 총리가 소속돼 있는 집권 다수당인 인도인민당은 힌두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들을 궁극적으로 인도에서 축출하고 힌두교를 국교로 만들려는 힌두교 민족주의 우익 정당으로 알려져 있다.

손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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