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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트럼프 "대테러전은 선과 악의 싸움"…이슬람과 관계리세팅 시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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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주의-이슬람 선 그어 협력 촉구…"테러리스트, 신 아닌 죽음 숭배"

"가르치러 온 게 아니다…"테러리스트-극단주의자 몰아내야 더나은 세상 가능"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 언급 안 해…오바마 외면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환담

연합뉴스

트럼프 "대테러전은 선과 악의 싸움"…이슬람에 협력 촉구
(리야드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리 배포한 연설 초안에서 "대테러전은 다른 믿음이나 종파, 문명 간 싸움이 아니라 선과 악의 싸움"이라며 이슬람극단주의와 본연의 이슬람에 선을 긋고 "죄 없는 무슬림과 여성, 유대인, 기독교도를 죽이고 핍박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조직에 함께 맞서자"고 제안했다. ymarshal@yna.co.kr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취임 후 첫 외국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의 기조연설을 통해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척결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권 55개국 정치 지도자가 참석한 이날 연설에서 지난해 대선 운동 기간에 물의를 일으켰던 자신의 이슬람 혐오 발언이 무색해질 정도로 이슬람권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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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좌)과 살만 사우디 국왕[AFP=연합뉴스자료사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슬람 관련 발언이 부드러워졌다면서 이슬람권 국가와의 관계 재설정을 위해 온건한 연설을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자주 사용해 온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radical Islamic terrorism)이라는 용어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3분간의 연설에서 "대테러전은 다른 믿음이나 종파, 문명 간 싸움이 아니라 선과 악의 싸움"이라며 "인류의 삶을 지워버리려는 야만적인 범죄자와 이를 보호하려는 모든 종교를 믿는 선량한 이의 싸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리즘이 전 세계에 퍼졌지만, 평화로 가는 길은 바로 여기 신성한 땅(중동)에서 시작된다"며 "미국은 여러분 편에 기꺼이 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테러분자는 항상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면서 신의 이름을 잘못 일컬어 믿음이 있는 사람을 모욕한다"며 "죄 없는 무슬림과 여성, 유대인, 기독교도를 죽이고 핍박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조직에 함께 맞서자"고 제안했다.

극단주의와 본연의 이슬람을 선을 그으면서, 이슬람이 테러리즘을 조장한다는 무분별한 '이슬람 포비아'를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테러리스트들은 신을 숭배하지 않고 죽음을 숭배한다"면서 "만약 사람들이 이 조직화된 테러에 맞서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최종 결과가 어떤 것일지 우리는 잘 안다. 폭력이 평화로운 사회를 집어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동 국가들은 미국이 적을 쳐부수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자국과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원하는 미래상을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더 나은 사회는 여러분의 국가들이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들을 몰아낼 때만 가능하다. 여러분들의 기도 공간에서, 커뮤니티에서, 신성한 땅에서, 그리고 이 지구에서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여기(중동)에 가르치러 온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숭배하라고 말하러 온 게 아니라 상호 공유된 이익과 가치에 기반을 둔 파트너십을 제공하러 온 것"이라며 이슬람 아랍권에 수평적인 태도도 보였다.

이는 지난해 대선 기간 이슬람을 적대시하던 태도나 취임 이후 일부 이슬람권 국가들을 겨냥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밀어붙일 때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의에 앞서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정상과 한 정상회담에서도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함께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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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궁지' 트럼프, 사우디서 "국왕급 환대"
(리야드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의 왕궁에서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으로부터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압둘아지즈 국왕 훈장을 받고 있다. 미 언론들은 국내에서의 '러시아 스캔들'을 뒤로하고 총 9일간의 중동·유럽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첫 방문지인 사우디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예포가 울리는 가운데 활주로에서부터 살만 국왕의 영접을 받는 등 국왕급 환대를 받았다고 전했다. ymarshal@yna.co.kr



GCC 회원국은 사우디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등이다.

최근 미국과 GCC 정상회담은 2015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지난해 리야드에서 열렸다.

이 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렉스 틸러스 미 국무장관과 모하마드 빈나예프 사우디 제1왕위계승자 겸 내무장관은 테러조직에 자금줄을 감시·차단하고 이를 처벌하는 데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GCC 정상과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엘시시 대통령을 '친구'라고 칭하면서 "엘시시 대통령은 어려운 환경에서 엄청난 일을 해왔다"고 칭송했다.

또 이집트에서 3년간 수감됐던 이집트계 미국인 구호단체 여성 활동가 아야 히자지를 석방한 점을 치하했다.

이집트 국적자이기도 한 하자지는 빈곤층 아동을 학대하고 이들을 무슬림형제단에 가입시켰다는 혐의로 2014년 5월 이집트 경찰에 체포됐다.

이집트 당국은 엘시시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직후 하지지를 석방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다"라고 화답하면서 이집트를 답방해 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이른 시일 내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2014년 쿠데타로 몰아내고 정권을 찬탈한 엘시시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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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가운데)과 GCC 정상들[AFP=연합뉴스 자료사진]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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