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5 (수)

"논술 고득점 비결? 공교육 프로그램 적극 활용했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나의 대학 합격기ㅣ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건축학부 1학년 나호권군

사이버논술교실·방과후 수업 도움
각 대학의 모의논술 보며 유형 파악
논술전형이라도 수능 점수 챙겨야


대입 논술전형은 공교육만으로 대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사교육의 주범으로 꼽힌다. 그러나 주변을 살펴보면 논술전형을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공교육 프로그램이 여럿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무료로 운영하는 사이버논술교실 nonsul.kkulmat.com)이 좋은 예다. 서울의 일반고를 졸업한 나호권(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건축학부 1·사진)군은 사이버논술교실과 교내에서 진행하는 방과후 논술 수업만으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와 세종대, 광운대 논술전형을 통과했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논술고사에서 고득점한 나군이 그 비결을 전했다.

◇학원 끊고 내신 4.6→3.6→2.8

처음부터 나군이 사교육과 거리가 멀었던 건 아니다. 나군은 고 1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반복했다. 학원 수업을 듣는 게 공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군은 “정작 자기만의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학원에만 다녔다”며 “이 때문에 1학년 내신이 평균 4.6등급 정도에 그쳤다”고 했다.

성적 향상은 사교육과 멀어지며 시작됐다. 나군은 2학년 때 3.6등급, 3학년 때 2.8등급까지 내신 성적을 올렸다. “학원은 계속 다니는데 점수가 안 올랐다”던 나군은 2학년 때 학원을 끊고 하루에 4시간씩 야간자율학습에 꾸준히 참여했다. 학원 수업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교 수업에 집중했다. 우선 수업에서 교과서 등 교재에 교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내용을 알아보기 쉽게 체크해뒀다. 자율학습 시간에는 체크한 내용을 확인하면서 과목별로 노트를 만들었다. 자기만의 말버릇 등을 그대로 활용한 ‘나만의 노트’였다. 여러 번 다시 봐도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밑줄 친 부분 중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교사에게 질문해 확실히 알고 넘어갔다.

교내 활동에 집중한 점도 성적 향상을 이끌었다. 나군은 최상위권 학생이 진행하는 1대1 멘토링 활동에 멘티로 참여했다. ‘수학 고난도 문제를 풀 때 1~2시간을 쓰더라도 충분히 생각하고 해설을 보라’는 조언을 들은 게 이때다.

“예를 들어 ‘기하와 벡터’의 공간도형 단원은 한 문제마다 풀이가 너무 복잡해요. ▲공간도형의 기본 성질 ▲평면의 결정 조건 ▲삼수선의 정리 ▲피타고라스의 정리 등 다양한 개념을 정확하게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되거든요. 정답을 찾아가는 실마리는 하나가 아니라 굉장히 다양하다는 뜻입니다. 여러 방향을 모두 살펴보고 난 다음에 정 모르겠다 싶을 때 질문을 해야 수학 실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안산=조현호 객원기자


◇경험 많은 교사에게 온라인에서 무료로 첨삭받아

나군이 건축학이라는 진로를 설정한 것도 교내 활동 덕분이다. 2학년 때 국립중앙박물관 답사에 자원하면서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답사 이후 건축 관련 책을 읽으면서 건축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3학년 때 수학 교사인 담임과 상담하며 논술전형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때 서울시교육청의 사이버논술교실을 소개받았다. 그는 “논술전형을 준비한다고 강남에 있는 논술학원에 찾아다니는 게 시간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해 사이버논술교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됐다”고 했다.

이용법은 어렵지 않았다. 홈페이지에서 각 대학 기출문제 등을 보고 실전처럼 해답을 적고 나서 이를 스캔하거나 사진 찍어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면 된다. 그러면 논술 지도 경험이 풍부한 서울시교육청 논술지원단 교사가 직접 첨삭을 해준다. 나군은 “답안에서 어떤 부분을 잘 설명했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등을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해줬다”며 “답을 쓸 때 ‘x는 0이 아니다’라는 조건을 꼭 적거나, 범위를 적을 때 ‘등호(=)’를 빠뜨리지 않는 등 사소하지만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대학이 진행하는 모의논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경희대, 중앙대, 아주대, 인하대, 세종대, 광운대 등 고 3 1학기에만 10여 개 대학의 모의논술에 참여했다. 나군은 “모의논술을 보고 나면 내 성적이 전체 수험생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며 “내게 맞는 논술고사 형식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모의논술을 통해 광운대, 세종대 논술고사 형식이 저에게 적합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 난도가 크게 높지 않고, 풀이에 꼭 필요한 개념을 문제에 제시한다는 점이 좋았어요. 실수하지 않고 핵심 개념이나 풀이 과정을 정확히 쓰면 고득점할 수 있는 유형이죠. 사이버논술교실에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의 논술고사 유형을 봤는데 꽤 비슷하더라고요. 이 유형을 철저히 준비해 논술전형으로 지원한 대학에 모두 합격했습니다.”

나군은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처럼 논술전형으로 선발하는 대학 중 일부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한다”며 “수능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고 2까지만 해도 학종만 생각했어요. 수능을 뒷전에 뒀는데 논술전형이 적합하다고 하니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라는 문제가 생겼죠. 논술전형을 준비하면서 내신과 논술고사, 수능 준비를 한꺼번에 하느라 무척 힘들었어요. 학종이나 논술전형이라도 수능을 무시하면 안 돼요. 자기가 목표하는 대학과 대입 전형을 일찍 정하고 여기에 필요한 전형 요소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안산=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