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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통상조직 산업부서 분리 전망...장관급 통상교섭본부장 부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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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조직을 분리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말 박근혜 정부가 통상조직을 당시 외교통상부에서 산업자원부로 넘김에 따라 국방·외교와 산업 현안이 연계된 협상카드가 줄어들었다는 판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통상조직을 다시 가져가 과거의 외교통상부가 부활할 경우, 박근혜 정부 직전까지 15년간 활동했던 장관급 통상교섭본부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9일 세종관가는 정부 조직개편 ‘설’로 들썩거렸다. 산업부에서 통상기능을 떼어내 외교부로 재이관시켜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정부 조직개편 초안’ 문서가 돌면서다.

이 문서에는 ‘통상조직 재이관을 통한 외교통상부 확대개편’ 내용이 명시됐다. 문서의 발원지로 지목된 행자부는 “사실이 아니다”고 즉각 부인했지만, 통상조직 개편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인 지난달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가 통상조직을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보낸 점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었고, 통상은 다시 외교부로 맡기는게 맞겠다”고 말하면서 취임후 외교부로 통상조직이 재이관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조선비즈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 미국 정부대표단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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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11일에는 청와대에 기존 산업통상비서관과 구별되는 통상비서관을 신설하며 통상조직 변화 신호탄을 쐈다. 21일에는 신임 외교부 장관으로 강경화 국제연합(UN)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내정했다.

다만, 통상조직 개편 시기는 문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이 변경되는 2018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장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조직 개편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통상조직을 외교부로 재이관하려는 움직임은 산업 중심의 현 통상 체계로는 외교·안보와 산업이슈를 엮은 다각도의 협상 수행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내달 말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문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와 함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문제가 동시에 논의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 산업부 중심의 경제 논리만으로는 협상카드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미FTA 재협상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돼 있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해결도 안보 측면에서 양보해야 할 게 있는데 현재의 통상 거버넌스로는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외교·안보와 통상은 함께 가야한다”고 말했다.

통상조직 개편이 본격화돼 외교통상부로 복귀하면 과거 외교통상부에 있던 장관급 통상교섭본부장 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조직은 지난 2013년 산업부로 이관된 후 책임자가 차관보급으로 내려와 위상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통상 전문성 개선도 필요하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보통 10년 이상 경험이 쌓인 담당자가 협상테이블에 앉지만, 우리나라는 보통 2년을 주기로 담당자가 바뀌어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순환보직제도에 따라 산업부에서는 에너지 2년, 산업 2년, 통상 2년 식으로 담당자가 바뀌어 전문성을 쌓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산업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통상은 산하기관이 많은 에너지 등의 분야보다 홀대받는 분위기가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사드와 FTA 등 당장의 현안을 벗어나면 앞으로의 통상은 미국과 중국 같은 거대국가가 아니라 아세안, 인도, 중동, 중남미 등과의 경제교류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며 “통상조직을 외교부로 재이관할 경우 어떤 이득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문관 기자(moooonkw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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