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분위기…에르도안 '경호원-시위대 활극' 지켜봤다

미국을 방문 중인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신의 경호원들이 쿠르드 시위대를 마구 때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지난 16일 미국 주재 터키 대사 관저 밖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자 간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그의 경호팀은 시리아 내 쿠르드계 정치세력인 민주동맹당(PYD) 깃발을 들었던 시위대를 공격했습니다.

PYD는 터키 정부가 테러단체로 규정한 조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PYD가 터키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폭력사태 발생 당시 관저 안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의소리(VOA) 터키어 방송 직원이 촬영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그는 이번 폭력사태를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동영상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사 관저 밖 진입로에 세워져 있던 벤츠 자동차에서 나와 경호원들이 시위대를 폭행하는 장면을 한동안 지켜봤습니다.

이에 대해 더힐은 "에르도안의 차에서 경호원들이 시위대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는 장면들이 선명하게 보였을 것"이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폭력사태로 중상자 2명을 포함해 최소 9명이 다치자 미국 정부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터키 대사관 측은 시위자들이 테러그룹인 PKK와 연계돼 있다며 "경호원들의 행동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시위 주최 측은 PKK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미국 현지 경찰과 국무부는 이는 평화적 시위에 대한 공격이라며 유감을 표했고, 미국 상원의원들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폭력 행위를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홍지영 기자 scarl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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