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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친구에 특혜' 아베스캔들 확산…野 "박근혜정권과 다를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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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인 대학 52년만 수의학과 신설에 영향력 행사 의혹

日야당, 아베 총리 사퇴 언급하며 공세 강화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법인의 대학 학부 신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다른 사학법인인 모리토모(森友) 학원을 둘러싼 '아키에 스캔들'이 다소 잠잠해진 상황에서 새 의혹이 점점 커져 아베 총리가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제1야당 민진당의 렌호(蓮舫) 대표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아베 총리의 가케(加計)학원 수의학과 신설 관여 의혹에 대해 "결국 손타쿠(忖度)가 있었다면 총리직 사퇴에 해당하는 내용이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손타쿠는 누가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리지 않았지만 스스로 알아서 그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아베 총리가 지시 사실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공무원들이 '알아서' 총리 의중대로 행동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총리직을 사퇴하라는 것이다.

민진당은 전날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가케학원 의혹조사팀'을 꾸리는 한편, 정치권에 국회에서 관련 의혹을 집중심의하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사쿠라이 미쓰루(櫻井充) 민진당 의원은 "사실이라면 한국의 박근혜 정권과 다를 게 없다. (총리직 뿐 아니라) 의원직을 사퇴할 정도의 큰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가케학원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법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52년간 수의사가 지나치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면 대학의 수의학과 신설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작년 11월 가케학원이 운영하는 오카야마 이과대의 수의학부 신설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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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케학원(加計) 홈페이지 캡쳐]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제기됐지만, 아베 총리측은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수의학과 신설 과정에서 총리의 의향으로 공무원들이 특혜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부 내부 문서가 공개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아사히신문은 17일 내각부가 교육 담당 부처인 문부과학성에 총리의 의향이라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는 문건을 공개했다.

"2018년 4월 신설을 전제로 역산해서 최단의 스케쥴을 작성해줬으면 좋겠다. 이것은 관저의 최고 레벨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내용을 담은 문건과 내각부가 학부 신설을 서두를 것을 요구하면서 "이것은 총리의 의향이라고 들었다"는 내용을 포함한 문건이 각각 공개됐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문건을 "누가 작성했는지도 모르는 불명확한 것"이라고 깎아내렸지만, 일본 언론들은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문부과학성이 내각부 공무원과 가케학원 문제에 대해 협의한 내용을 담은 새로운 문서들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협의에 참석한 내각부 관료(심의관)과 협의 일시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수의학부 신설에 관한 내각부로부터의 전달사항'이라는 제목의 또다른 문건에는 '이것은 관저의 최고 레벨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고 비슷한 내용이 적혀 있다.

가케학원 의혹은 그동안 일본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아키에 스캔들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둘다 사학재단의 이권에 아베 총리 부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인 데다, 그 과정에서 직접 개입이 없었다면 적어도 손타쿠라는 '알아서 기기'가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해당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모리토모학원이 운영하는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이었던 아키에 여사는 가케학원의 보육원에서도 명예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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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EPA=연합뉴스 자료사진]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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