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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한국경제 이끈 수출기업… 정규직 일자리 창출, 내수기업의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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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




일본 전자업체 소니는 1970~1980년대 브라운관 TV로 세계시장을 주름잡았습니다. 1968년 개발한 '트리니트론'은 다른 TV 제품보다 2배나 선명한 화질을 내세우면서 전 세계에 1억대 이상 판매한 '베스트셀러'였습니다. 소니의 자부심이자 세계인에겐 경이로운 제품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소니는 더 이상 세계 TV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내수 중심 사업 구조에 익숙해지면서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TV 트렌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그 자리는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치열하게 경쟁한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수출 드라이브가 경제대국 발판

개방의 중요성은 우리 경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수출드라이브 정책은 우리나라를 짧은 기간 빈곤에서 탈피하고 경제대국 반열에 오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자원도 원천기술도 없는 우리나라가 2011년 세계 9위 무역대국에 진입할 수 있었던 발판은 바로 무역이었습니다. 더욱이 무역은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 활약했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는 무역흑자가 외환보유고 확보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며 단기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중국 등 신흥국으로 수출을 확대하며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시켰습니다. 1998~2000년까지 무역흑자가 748억달러를 기록하며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3년 8개월 만에 모든 국가채무를 상환하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그 저력은 바로 수출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경기 부진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떨치고, 우리 경제에 훈풍을 불어넣는 데에도 수출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1~4월 수출은 183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3% 늘어났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기관들이 잇달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여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조선비즈


지난해까지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우리 수출은 지난해 세계 경기 둔화, 유가 하락과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 등 영향으로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수출에 의한 실질 부가가치 증가액/실질 GDP 증가액 ×100)은 2015년(36.8%)의 3분의 1 수준인 12.1%로 떨어졌습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인 2012년에는 그 비율이 66%에 달해 수출이 경제성장의 버팀목임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수활성화가 필요하지만, 5000만 명 인구, 1조달러를 약간 넘는 소규모 경제를 고려했을 때 내수 주도 경제로 지속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무역을 통해 소득을 올리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내수도 살고 경제가 활기를 띨 수 있습니다. 더욱이 전자 상거래가 확대되면서 이제는 내수와 수출 시장을 구분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수출기업은 내수보다 2배 일자리 창출

새 정부 1호 지시는 일자리 창출입니다. 일부에선 수출이 내수 확대와 고용 증대에 미치는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 수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최근 10년간 제조업 일자리 절반은 수출기업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10년간 수출에서 일자리는 18.7%(11만4000명) 늘어났지만 내수는 12.2%(7만3000 명) 증가에 머물렀습니다. 양질 일자리에서도 수출은 활약했습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내수 기업에서 정규직 일자리가 6만5000여 명 늘어난 반면 수출기업은 12만5000여 명 증가하며 2배가량 많았습니다.(수출기업은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29.8% 이상인 곳을 가리킵니다.) 특히 지난해 수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취업자는 408만 명으로 나타나 수출 100만달러당 취업 유발 인원(8.23명)은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우리 수출은 내용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는 방향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면서 수출의 부가가치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출의 부가가치율은 수출이 1달러 발생하였을 때, 그에 따라 국내 모든 산업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얼마인가를 가리키는데 지난해 상품 수출 부가가치율은 55.9%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체적인 수출은 부진했지만 화장품, 의약품, 컴퓨터 보조기억장치(SS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선전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올 들어 수출 회복과 맞물려 우리 경제에 다시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경제가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과제입니다. 국내시장보다 70배나 큰 해외시장은 경쟁력 확보의 원천이자 기회입니다. 수출을 통해 해외시장으로 나가야 규모의 경제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기술 간 융·복합을 활발히 하기 위해선 해외시장을 겨냥해야 신기술 도입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구조 개혁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산업체질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국내외 시장을 넘나드는 글로벌 전략은 앞으로도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으로서 계속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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