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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한국경제학회 공약분석⑥ 복지] 재원마련 대책 구체적이지 않고 청소년 복지 등 언급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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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분야는 장밋빛 공약의 향연

문, 복지의 국가책임 강화

홍, 서민맞춤형 차등 복지

안, 격차해소와 기존 정책의 내실화

유, 중복지 중부담

심,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복지

한국경제학회와 중앙일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마련한 대선후보 경제공약 심층 분석 시리즈의 여섯 번째 주제는 ‘복지’다. 대표 집필을 맡은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각 후보가 앞다퉈 장밋빛 복지공약들을 내놓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하지만 재원마련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고 청소년 복지, 세대 간 형평성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국경제학회의 평가 및 분석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가질 공약은 복지공약이다. 복지는 보육, 교육, 건강, 노동, 노후, 빈곤, 환경 등의 문제를 다루고 유권자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 따라서 유권자의 표심을 끌기 위해 각 대선 캠프에서는 앞 다퉈 장밋빛 복지공약을 내놓고 있다. 5당에서 제시한 10대 공약집에 나열된 복지공약들을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각 후보는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 인상을 일제히 들고 나왔다. 젊은 부모와 고령층의 표심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추진 방안은 후보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 두 정책만으로도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재원마련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세대 간의 형평성 문제, 복지의 중복 수혜 문제 등도 함께 검토해야하나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선 후 복지정책을 두고 국민이 겪게 될 갈등과 혼란이 4년 전보다 심각해질까 걱정이다. 각 당 후보자들의 복지공약을 꼼꼼하게 검증해야 할 이유이다.

중앙일보

주요 대선후보 복지공약에 대한 한국경제학회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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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 후보의 복지공약은 10대 대선공약 중에서 5순위로 등장하며 그 공약은 크게 청년, 여성, 고령, 그리고 교육 분야로 나뉜다. 청년에게는 일자리 창출, 여성에게는 성차별 해소, 고령층에게는 노후 보장, 교육부문에서는 교육과 육아의 국가책임제를 강조한다. 생애주기별로 복지수요를 구분하여 차별화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공약의 목표, 내용, 대상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문 후보의 복지공약 키워드는 ‘국가 책임’이다. 특히 획기적인 교육재정 투자를 통해 육아와 교육의 부담을 덜어 저출산을 극복하고 사회활력을 찾겠다는 대담한 공약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아동수당 도입, 누리과정 예산의 정부 부담, 고교 무상교육 실시,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실질적 실현 등의 지원을 통해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굵직한 사회 이슈를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유아에서 대학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을 질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성공여부는 재원조달 가능성에 달려 있다. 이 분야 공약에만 매년 최소 7조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문후보 공약집에는 재정지출개혁, 세입확대를 통해 조달한다고 돼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국가책임에 교육과 육아의 콘텐트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이다. 만약 매년 7조원을 교실환경개선, 교사처우개선, 커리귤럼향상 등 교육의 질 개선에 사용한다면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홍준표 후보의 복지공약은 10대 공약 중 3순위부터 5순위까지 등장한다. 홍 후보 복지정책의 슬로건은 ‘서민맞춤형 복지 지도 완성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이다. 보편적 복지보다는 복지가 필요한 계층인 서민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득 하위 50% 이하 가구의 초중고생 대상 월 15만원씩 미래양성바우처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홍 후보는 10대 공약집에 복지공약 실천에 필요한 예산을 명시하지 않았다. 재원조달 방안으로 각 부처에 산재한 500여 개가 넘는 생애주기별 복지정책의 유사·중복사업을 조정하고 복지전달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한다. 지금보다 복지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작은 정부를 추진하겠다는 또 다른 공약과도 일치한다. 다른 후보들과 가장 차별화된 특징이다.

그러나 일부 복지공약은 과거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채무불이행자 부담 경감이 그 예이다.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생각하면 이런 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같은 취지에서 국민행복기금이 도입된 바 있다. 당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있었고, 그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정책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 후보의 복지공약은 10대 공약 중 6순위로 등장한다. 안후보는 격차해소를 통한 사회통합실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방안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를 강조한다. 새로운 복지정책을 도입하기보다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내실화를 기하겠다는 것이다. 저출산, 육아정책, 노후보장, 장애인 공약 등에서도 기존의 제도를 강화하거나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정책으로 아동수당 도입 정도만이 눈에 띌 정도이다.

이미 실시하고 있는 복지정책의 효과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확대보다는 내실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시도는 타 후보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그러나 10대 공약집에서 제시한 복지공약의 구체성이 낮은 것은 단점이다. 예를 들어, 아동수당 도입, 노인일자리 수당 인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얼마나 인상할지 그에 따른 추가 예산은 얼마나 될지 밝히지 않고 있다. 문 후보에 비해 솔직하지 못한 것인지,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안 후보 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교육혁명을 2순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문 후보는 교육을 국가책임으로 명시하고 공교육 회복을 강조했고, 홍준표 후보는 교육을 계층 이동의 수단으로 간주했다. 그에 반해 안 후보는 학제개편을 주요 골자로 하는 교육혁명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후보자들의 교육관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유승민 후보는 주요 복지공약을 1~3순위에 두고 있다. 공약의 순위만 놓고 본다면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유 후보 공약의 키워드는 ‘중복지 중부담’이다. 복지를 어느 수준까지 개선하겠으나 그에 따른 부담을 국민이 인지해야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복지문제를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유 후보 복지공약의 특징은 정책과 목표가 구체적이고 현실 수요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언제든지 주어진 휴직기간 내에서 휴직을 활용할 수 있는 ‘자녀 성장 단계별 돌봄 휴직 도입’ 공약은 대표적인 예이다.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의 수요를 정확히 읽은 참신한 정책이다.

일부 공약에서는 정책 목표는 거창하지만, 제시된 공약으로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지 미흡한 측면이 발견된다. 3순위 공약의 목표로 빈곤과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여 더불어 사는 공동체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약으로 내세운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부담을 낮춘다고 해서 빈곤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될지 의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심상정 후보의 복지공약은 노동, 여성문제 관련해 4순위부터 처음 등장한다. 실질적인 복지공약은 7순위로 제시되었다. 심 후보의 복지공약의 목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복지이다. 생애주기 복지의 국가책임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문 후보와 비슷하지만, 그 내용은 훨씬 진보적이다.

심 후보의 공약 중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고려해 볼 정책들이 담겨 있다. 방문산후조리, 만성질환관리 강화 등이 그런 사례들인데, 현실적인 수요가 높고 파급효과도 클 것이다. 심 후보의 현실적 고민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그러나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질 공약을 담다보니 그 숫자는 많으나 구체성이 낮다. 선진국 수준으로 복지인력 확대 및 자치복지 강화라는 공약이 있는데, 어떤 정책인지 알 수 없다.

심 후보의 복지공약은 가장 진보적이지만, 임기 내 실천 가능성은 가장 낮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비급여 의료제도를 폐지하고 병원비의 80%를 보장하려면, 앞으로 국민이 의료보험료를 얼마나 더 내야할지 의문이다. 또 국민이 이에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회복지세 도입과 법인세 인상을 통해 복지 증세를 하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후보들이 표심을 잃을까봐 복지확대를 위해 적잖은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추고 있지만, 심 후보는 솔직하다고 할 수 있다.

좋은 복지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생애주기에 걸쳐 건강, 교육, 노후 등을 완벽하게 책임을 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복지규모가 확대될수록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효율성이 낮아지고, 도덕적 해이, 노동의욕 상실 등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공약을 평가할 때에는 복지혜택과 더불어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각 캠프에서 각 공약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다면 초등학교 회장 선거의 공약과 다를 바가 없다.

각 후보의 복지공약에 대한 점수를 매기자면 문재인·심상정 후보는 복지혜택에서,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는 실천가능성과 재원조달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어떤 후보의 장점은 다른 후보의 단점이 되는 상황이다. 곧 실시될 대선에서 후보자의 어떤 장점을 지지할지는 유권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당선 후에 발생할 단점을 떠 안아야하는 것도 국민이다.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후보자들은 이 점에 좀 더 솔직해지길 바란다.

끝으로 각 후보들의 육아, 여성, 고령층에 대한 복지공약은 화려하나 안타깝게도 청소년을 위한 복지공약은 거의 없었다. 굳이 찾자면 교육제도와 입시제도 개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런 공약으로 청소년 복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삶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요구할 만도 하다.

중앙일보

홍석철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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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기자 park.ji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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