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여성 임원 비중이 낮다면 채용 절차를 점검해보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트-136] 기업 임원의 성별 비중을 봤을 때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성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는 예전부터 많이 나왔다. 여성 임원 비중이 낮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유리천장'일 것이다. 여성이 아무리 노력해도(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업에 존재하는 장벽을 뚫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그렇지만 '유리천장'만이 낮은 여성 임원 비중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레이나 브랜드스(Raina Brands) 교수와 이사벨 페르난데즈-마테오(Isabel Fernandez-Mateo) 교수는 최근 '런던 비즈니스 스쿨 리뷰'에 기고한 '여자들의 망설임을 막는 방법(원제 : How to stop women leaning out)' 글을 통해 남성과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할 기회를 거절당한 뒤에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여성 임원 비중이 낮은 이유를 설명한다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영국 기업에서 시니어급으로 일하는 사람 1만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임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브랜드스 교수와 페르난데즈-마테오 교수가 특히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부분은 사람들이 과거 자신을 거절한 회사의 임원으로 갈 의향이 있는지였다.

두 교수는 연구조사를 통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성이 남성만큼 적극적으로 리더의 자리를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랜드스 교수에 따르면 이는 여성들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며, 남성들과 다른 커리어의 목표를 갖고 있어서도 역시 아니다. 두 교수의 조사에서는 과거 여성이 임원 자리에 거절당한 경험이 있으면 비슷한 임원급 자리 채용에 재도전할 확률이 남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생각 한 가지. 임원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 여자만 해당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돼 거절당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남자도 거절당한다. 그렇다면 왜 남성보다 여성이 임원 자리에 재도전할 마음이 낮은 것인가?

브랜드스 교수, 페르난데즈-마테오 교수와 채용 과정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든 이유는 채용 절차에 대한 불만에 있다. 채용 과정을 거치면서 불공정하다고 느껴 본인이 해당 조직의 임원이 되면 회사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결국 여성은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남성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과거에 경험했던 임원급 채용 과정이 공정하다고 생각했다면 여성들은 과거 해당 자리에 최종 선정되지 않았더라도 같은 회사에 재도전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이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교수들은 임원 자리에 여성이 더 많이 지원하게 만들기 위해 기업은 세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첫째, 채용 절차를 점검해야 한다. 자사의 채용 절차가 지원자들에게 공정하게 보인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해당 자리에 최종 합격하지 못하는 남성 지원자와 여성 지원자에게 어떠한 신호를 보내는지, 성별마다 보내는 신호가 다른지 알아야 한다.

둘째, 드러나지 않는 그룹을 신경 쓰고 있는지 확인하라. 조직에서 묵묵히 일하는 '드러나지 않는 그룹'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단해야 한다. 직원들이 조직에 소속감을 느끼도록 자사가 신경 쓰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셋째, 여성 임원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 단순히 더 많은 여성 지원자를 채용 대상 후보에 올려서는 안 된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만약 여성 지원자를 더 많이 후보에 올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여성을 떨어뜨린다면, 오히려 회사에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윤선영 기업경영팀 연구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