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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CNN "한국 방어, 부동산 거래 아니다"… 트럼프 사드 발언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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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사흘, 美정부에 무슨일이]

- 윤병세, 美국무 만나 항의

"트럼프 발언, 약정서 위반했다"

틸러슨 "한국 입장 전달할 것"

- 美안보보좌관, 김관진에 전화

"트럼프,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 일반적 맥락을 얘기한 것"

- 美국내서도 트럼프 비판

"동맹국에 해선 안되는 말 했다"

WP "한국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대선에 큰 영향 미칠 수 있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비용 10억달러(1조1300억원)를 내라고 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 국무부·국방부도 사전에 아무 언질을 받지 못했으며 한국 측에 그 같은 의사를 전한 적도 없는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사드 체계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의 한·미 간 합의 내용을 재확인하며 수습할 때까지, 미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혼선이 이어졌다.

국무부·국방부도 내용 몰라

미국의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29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10억달러 청구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아무도 펜타곤(미국 국방부)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여기 있는 누구도 한국에 보낼 청구서는 만들고 있지 않다"고도 말했다.

조선일보

취임 100일 연설 '자화자찬'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나의 대통령 취임 100일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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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의 혼선은 지난 3일간 고위 당국자들의 엇갈린 발언을 봐도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10억달러 한국 부담' 발언은 미국 시각 27일 오후에 처음 보도됐다. 마침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 참석차 뉴욕에 있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8일 오전, 곧장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나서 '사드 전개·유지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것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근거해서 약정서를 체결한 문서상의 합의'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발언의 배경에 대한 즉답을 피한 채 "정부 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 입장을) 잘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오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한국에 (사드) 비용 부담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 문제에 대해 나중에 여러분에게 할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공개된 워싱턴타임스 인터뷰에서도 "한국이 (사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결국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 기존 합의를 재확인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에 대해 미 국민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해 향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에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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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교 당국에 따르면 사드 주무 부서인 미 국방부, 한·미 관계를 관리해야 할 국무부는 물론 백악관 일부 관계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다. 외교안보라인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돌출 발언'이었다는 얘기다. 일부 미 당국자들은 "대통령 발언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다. 정부 내 협의가 진행 중이니 기다려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도 트럼프 비판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 "한국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트럼프의 사드·FTA 발언"이라는 기사에서 "특히 그의 발언은 한국의 대선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CNN방송은 존 커비 전 국무부·국방부 대변인의 기고문을 통해 "한국을 방어하는 것은 부동산 거래가 아니다"라며 "트럼프가 한국과의 동맹 관계나 그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 전문가들 입장도 비슷하다. 미 해군연구소의 켄 가우스 박사는 "한국에 사드 비용을 내라고 하는 건 사드 배치 합의를 훼손하고 한·미 관계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실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선동적이고 무지하며 동맹국을 대할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며 "(트럼프 사드 발언은) 배신이고 계약 후 조건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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