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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사설] 사드 비용에 대한 미국 내 혼선부터 정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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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배치 제안한 미국 측 부담 당연

한·미 실무 책임자들이 수습 나서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비용을 한국에서 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구가 거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측 반발이 거센 줄 알면서도 지난달 29일 인터뷰를 통해 “왜 우리가 사드 배치 비용을 내느냐”며 “한국이 비용을 지불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트럼프가 한 발언이 물정 모르고 한 소리일 수 있다는 항간의 추측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그는 사드 장비 운영·유지는 미국이, 부지 및 기반시설은 한국이 각각 부담키로 한 원칙을 알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한 게 틀림없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30일 오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드 배치 비용을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쏟아낸 악재를 비중 있는 미국 측 인사가 진화하려 했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국인들의 분노와 한·미 동맹에 대한 불신을 가라앉히기에는 미흡하다. 국무 또는 국방장관 수준의 인사가 나서서 확실히 이야기해야 혼선을 정리할 수 있다.

일의 시작과 경과를 따져보면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하는 게 백번 옳다. 우선 2014년 사드 배치를 처음 제안하고 본격 추진한 건 커티스 스캐퍼로티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다. 사드는 도입 여부가 거론되기 시작할 때부터 격렬한 논란을 일으켰다. 이 방어체계가 적의 미사일을 제대로 격추할 수 있느냐부터 시작해 배치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 반대 여론이 들끓었던 게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건 중국의 격렬한 반발이었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저지하기 위해 오만 가지 경제적 보복을 가해왔으며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나라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한미군 장병을 적의 미사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추진해왔다. 심지어 경북 성주에 배치하면 수도권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지지해 온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조차 사드 배치 비용의 미국 부담을 당연시한다고 한다. 그간 한국이 얼마나 고통을 참아가며 이 문제를 진행해 왔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로서는 한국이 사드 배치 비용을 내야 한다는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사드 배치에 반대해 온 진보 세력들은 물론 적극 지지해 왔던 보수층들까지 격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안이 한·미 동맹에 얼마나 치명적인 악재인지 깨달아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하다간 한국인의 마음까지 잃을 수 있다.

미국은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가 딴소리를 하는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양국 장관급 수준에서 빨리 혼선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코앞에 다가온 엄혹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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