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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소비심리 띄우는 `슈퍼 연휴`…이번에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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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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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사 대리로 재직 중인 김 모씨(29)는 5~7일 사흘간 부산 여행을 떠난다. 부산과 경남 창원에서 근무하는 친구들과 고등학교 동창 모임도 가질 겸 펜션 한 곳을 예약했다. 해운대와 더베이101, 용두산공원 등 부산 지역 명소를 둘러보고, 저녁에는 술 한잔 하면서 오랜만에 회포를 풀 계획이다. 김씨는 "각자 바빠서 자주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연휴가 길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 만에 모이게 됐다"며 "창원에 직장을 잡은 친구도 부산과 가까워 오기 편하고, 서울·수도권에서도 KTX를 타면 금방이라 부산에 연고를 둔 친구가 초대했다"고 말했다.

2004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광고 카피가 있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현대카드의 TV광고는 휴식을 갈구하는 직장인의 열망을 함축적으로 전달한 덕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일 근로자의날부터 9일 19대 대통령선거일까지 차례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휴일에 연차휴가를 쓰는 직장인이 많다. 지난달 29일부터 최장 11일 '황금 연휴'를 즐기는 직장인도 상당수다. 충분한 휴식은 개인에게만 득이 되는 건 아니다. 잘 먹고 잘 쉬면 국가 경제도 살아난다. 특히 계획적인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연휴는 내수 경기 진작에 큰 효과가 있다.

◆ 연휴, 내수에 확실한 효과

'연휴의 경제학'은 국내외에서 숫자로 입증된다. 가장 가까운 국내 사례는 지난해 5월 연휴다. 당시 정부는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의 연휴를 만들었다. 이때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액은 임시공휴일이 없어 하루가 징검다리였던 2015년 5월 2~5일과 비교해 각각 16%, 4.8% 증가했다. 문화시설 이용객도 크게 늘었다. 경복궁 등 4대 궁에는 70.0%, 야구장 43.9%, 박물관에는 17.3%나 더 많은 인원이 찾았다. 연휴는 전체 소비에도 도움이 됐다. 지난해 5월 소매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0.8% 증가했다. 앞서 4월 증가율이 -0.5%이던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변화였다.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7.2% 늘었고, 카드 국내 승인액도 전년 동월 대비 22.7%나 불어났다. 국민이 국내에서 여가를 즐기며 소비했다는 뜻이다.

2015년 광복절 연휴 때는 1조31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유발된다는 분석도 있었다.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4일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하고 금·토·일 사흘간의 연휴를 조성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14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임시공휴일 소비 지출의 경제 전체 부가가치유발액은 1조3100억원, 생산유발액은 3조8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부가가치 유발액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숙박업 3300억원, 운송서비스업 2800억원, 음식업 4800억원, 문화·기타서비스업이 2200억원으로 추산됐다.

황금연휴의 경제 효과는 중국에서도 검증된 바 있다. 중국의 설 명절인 '춘제(春節)'는 일주일 정도 지속되는데, 중국 국가여유국에 따르면 올 춘제 기간(1월 27일~2월 2일)에는 국내외 전체 유커(중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13.8% 증가한 3억4400만명으로 집계됐다. 여행 소비액도 전년 대비 15.9% 늘어난 4233억위안(71조원)에 달했다. 2016년 춘제 기간 중국 전체 소매판매는 2015년에 비해 11.2% 증가한 7540억위안을 기록했다. 소매점과 요식업 매출도 11.4% 늘어난 8400억위안이었다. 명절 일주일 연휴 동안 수백조 원의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다.

일본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KOTRA에 따르면 2015년 '골든위크(4월 29일~5월 5일)'에 일본 열차(JR) 6개사의 신칸센·특급·급행열차 탑승객은 1년 전보다 9% 증가한 1356만명이었다.

◆ 휴일 늘리기 법안 속속 등장

연휴가 국민의 쉴 권리를 확대하면서 국민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보니 국회에도 휴일을 늘리기 위한 법안이 7건이나 제출돼 있다. '요일 지정 공휴일' 제도가 대표적이다.

요일 지정 공휴일 제도란 법정 공휴일을 특정 날짜가 아닌 특정 요일로 정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추석은 매년 9월 넷째주 목요일로 정한다'는 식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며 "대체공휴일, 특정 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요일 지정 휴일제 등을 규정한 법률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진국에서는 요일 지정 휴일제 등 국민의 휴식권을 법률로 보장하고 이를 통해 내수시장의 활성화 등 경제성장 정책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은 국경일과 공휴일 운용을 별도 법이 아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다룬다. 2013년 11월이 돼서야 시행된 대체공휴일도 설과 추석, 어린이날에만 적용되고 있다.

요일 지정 공휴일이 연휴로 이어져 내수가 살아나는 사례로는 '미국 추수감사절'을 꼽을 수 있다. 미국 추수감사절은 매년 11월 네 번째 목요일이다. 대부분의 미국 직장은 추수감사절 이튿날인 금요일도 쉰다.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부른다. 연말부터 새해 초까지 이어지는 쇼핑 시즌이 시작되는 날이면서 연중 최대 규모 쇼핑을 하는 때이기도 하다. 백화점과 아웃렛, 전자상가, 온라인쇼핑몰 등 미국 전역의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갖가지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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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후보도 '쉴 권리' 공약으로

대선 후보들도 대체로 연휴의 경제적 효과와 생산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일부는 관련 내용을 공약으로 정리해 발표하기도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적극적인 임시공휴일 지정과 대체공휴일 확대, 나아가 요일제 공휴일 제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공약집을 통해 "올해 추석 연휴 기간 중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선포해 내수 진작을 위해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명절, 어린이날 외 기타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국민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대체휴일제를 실시하겠다"며 "일부 공휴일을 요일제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법률로 제정해 격상시키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따른 △연차 휴가 전일 사용 의무화 △비정규직 월별 1일 유급휴가 부여 등을 약속했다. 앞서 2013~2014년 실시했던 '근로자 휴가지원제'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점차 확대해 근로자와 기업이 각각 10만원을 내면 정부에서도 10만원을 보태겠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휴일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공휴일 중 일부를 근로기준법상 휴일과 대체휴일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집에 담았다. 이와 함께 법으로 보장된 연차휴가의 절반 이상을 자유롭게 연속 사용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연차 휴가의 절반 이상을 붙여 씀으로써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사용하지 못한 연차는 이듬해로 이월 적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모든 근로자에게 연 30일 이상의 유급 휴가를 주고, 국경일과 공휴일을 유급 휴일화함으로써 재충전할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지난 1월 "작년 추석 때 대체휴일제가 처음 도입됐지만 대기업과 공무원만 혜택을 보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혜택 못 보고 있다"며 "우리 당에서도 대체휴일을 현실적으로 중소기업 근로자도 받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와 관련한 공약 구체적으로 다듬지 않았다.

◆ 전문가 "효과 있지만 남발은 금물"

전문가들은 요즘같이 내수 부진이 한국 경제를 제약할 때는 임시공휴일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봐도 민간 소비는 전기 대비 0.4% 성장에 그치며 여전히 미약하다"며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를 꾸준히 취할 필요가 있고, 이런 측면에서 공휴일 지정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작년이나 재작년처럼 내수가 상당히 부진해서 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지는 때는 조업 일수가 길다고 경제가 더 잘 돌아가는 게 아니다"며 "소비할 기회를 마련해줘야 생산도 늘고 선순환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부문장은 "임시공휴일을 매번 지정한다고 하면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며 "인위적인 처방을 계속하기보다는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도록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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