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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과학TALK] 우리집 강아지 품종의 기원은?...‘개 가계도’ 처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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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연구원 도시정보센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서울시 가구 중 20.4%는 반려동물을 키운다. 서울에서만 5가구 중 1가구가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수는 100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말티즈, 불독, 슈나우저, 푸들, 차우차우, 콜리, 셰퍼드, 그레이트데인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개 품종은 약 350종에 달한다. 개는 약 1만5000년 전에서 3만 년 전 최초로 길들여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종류가 다양한 개 품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부족하다.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 국립휴먼게놈연구소의 유전학자인 엘레인 오스트랜더, 헤이디 파커 박사 연구진은 개 품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광범위한 유전적 분석을 통해 개 가계도를 완성했다. 어느 품종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지, 어떤 품종이 일부 질병에 더 취약한지 등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용도에 따라 개를 사냥용, 집 경비용, 양치기용 등으로 길들여 왔다. 전투용, 애완용, 가죽용, 식용을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개 품종을 교배를 통해 만들어 왔다. 일부 품종에 대한 유전적 연구가 진행됐지만 지구상 개 품종 절반 이상을 광범위하게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인간의 의도에 따라 품종간 교배...최근 200년 동안 가장 많이 세분화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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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약 1만 5000년 전에서 3만 년 전부터 길들여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위키미디어 제공



연구진은 20년에 걸쳐 개 품종의 DNA 샘플을 수집했다. 개가 언제, 어떻게 길들여졌는지보다는 모든 품종이 어떤 유전적 인자를 공유하고 있는지에 주목했다. 총 161종을 대표하는 1346마리의 개 DNA 샘플을 수집하고 각 개 게놈(유전체)을 분석, 가계도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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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종의 개를 23개의 그룹으로 분류한 가계도./사이언스 제공



분석 결과 모든 개 품종은 23개의 그룹에서 분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형질과 유전적 특성에 따라 그룹핑을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복서와 불독, 보스턴테리어는 ‘강한’ 형질을 지닌 품종으로 분류됐다. 코지스, 콜리 등 목양견(양치기용)은 다른 그룹으로 나뉘어졌으며 리트리버나 스패니얼, 세터와 같은 사냥용 개들은 다른 그룹에 비해 품종 수가 3분의 1에 그쳤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일부 품종이 어떻게 다른 품종과 DNA를 공유하고 있는지, 인간의 어떤 필요에 의해 품종간 교배가 이뤄졌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가장 초기의 개 품종 중 하나인 중국에서 유래한 퍼그는 1500년대 유럽에서 다른 품종의 몸집을 작게 하는 데 활용됐다. 이런 방식으로 퍼그의 DNA는 다른 개와 유전체 일부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 왕립기술원의 진화유전학자인 피터 사보라이넨은 “이번 연구는 한 품종의 우수한 형질이 새로운 품종으로 어떻게 적용되고 번식됐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매우 흥미진진한 결과”라고 밝혔다.

◆ “개 유전 질환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반려견의 잠재적인 유전 질환 문제를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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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 스코샤 덕 톨링 리트리버./위키미디어 제공



일례로 지금까지 수의사들은 ‘콜리 안구 기형’으로 불리는 유전 질환이 왜 생기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 질병은 개들에게 가장 흔한 상염색체 유전 질환으로 망막이 분리돼 시각능력이 상실되는 심각한 질환이다. 망막 혈관이 과도하게 뒤틀리면서 생겨나는 일종의 기형이다.

이 질병에 취약한 품종은 ‘콜리’와 ‘보더콜리’, ‘호주셰퍼드’, ‘노바스코샤 덕 톨링 리트리버’ 등이다. 연구에 따르면 노바스코샤 덕 톨링 리트리버는 콜리와 호주셰퍼드의 조상이 보유한 결함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개의 특정 게놈에는 질환을 일으키는 돌연변이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간의 품종 간 교배로 이 돌연변이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보다 구체적인 사항을 알기 위해서는 개 품종 전체 유전체(약 25억개의 염기서열)을 분석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는 모든 개 품종 유형과 기원 연구에 대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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